내 등의 짐 -정호승-

2019. 1. 19. 오후 5:38:02

글자

내 등의 짐 -정호승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한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 과 용서도 알았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의 짐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미숙하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가 나의 삶의 무게가 되어 그것을 감당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성숙시킨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겸손과 소박함의 기쁨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의 짐 때문에 나는 늘 나를 낮추고 소박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기쁨을 전해 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야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내 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며.

삶의 고개 하나 하나를 잘 넘게 했습니다.

내 나라의 짐 가족의 짐, 직장의 짐, 이웃과의 짐, 가난의 짐, 몸이 아픈 짐,

슬픈 이별의 짐들이 내 삶을 감당하는 힘이 되어 오늘도 최선의 삶을 살게 합니다.

 

우리는 지금 익히 잘 알고 있는 정호승 시인의 내 등의 짐이라는 시를 묵상하였습니다. 이 시를 찬찬이 묵상해보면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우리 주위에 있는 가족이나 이웃 그리고 사회 안에서 알게 된 모든 관계 중,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내 눈 앞에서 치워져야 할 짐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짐이 내 앞에서 치워지기를 바란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 사람은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화장실에 가기 싫다고 먹는 것을 거부하는 것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짐은 바로 나의 생활입니다.

정호승 시인은 은 내 앞에서 없어지거나 치워져야 할 그런 것이 아니고, ‘나를 바르게 살도록 이끌어 주고 사랑과 용서를 알게 하였으며, 그 짐 때문에 자신을 낮추고 소박하게 살아가도록 겸손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쁨을 전해준 귀한 선물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짐이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해주었다고 오히려 그 짐에 대하여 우리의 동반자요, 연인처럼 감사하며 칭송하고 있습니다.

한글 사전에 보면 짐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짐은 들거나 지거나 나르도록 꾸려 놓은 물건으로 주로 무거운 물건을 뜻합니다. 우리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고 했습니다. 짐은 혼자서 지기보다 함께 지면 가볍고 또 함께 지는 동안만큼은 감사와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도움 받는 사람은 감사를, 도움을 준 사람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 짐은 맡은 임무나 책임. 부담입니다. 이 짐은 서로 함께 나누면 마음이 가벼워 짐을 느낍니다. 또한 마음의 짐을 덜게 되겠지요. 이것 또한 행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세 번째, 짐은 수고가 되는 일이나 귀찮은 물건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고 또 자주 듣게 됩니다. 이것은 인과응보(因果應報)입니다. 내가 쌓은 대로 받는다고 했던가요. 짐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고 갈 때, 그리고 고통을 사랑의 짐으로 질 때 주님께서도 축복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1코린 13,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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