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줄이고 싶은 유혹

2016. 5. 14. 오전 5:40:41

글자

어떤 사람이 수도자를 찾아와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곧바로 천국에 갈 수 있습니까?". "간단하지요. 십자가를 열심히 지고 가면 됩니다." 그러자 그는 한 번에 왕창 질 수 없겠냐고 묻습니다. 수사님은 웃으며 다독거렸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성지순례를 떠나 보십시오. 하다 보면 깨달음 이 올 것입니다."

 

그는 십자가를 지고 떠났습니다. 처음에는 할 만했습니다. 십자가가 무거웠지만 그럴수록 깨달음이 빨리 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깨가 저려오자 생각을 바꿉니다. '어차피 십자가를 지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쉽게 지도록 하자.' 그는 십자가 귀퉁이를 조금씩 잘랐습니다. 한결 가벼웠습니다. '그래도 엄연한 십자가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순례가 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산 속으로 들어가자 장애물이 많았습니다. 한순간 깊은 골이 나타났습니다. 건널 곳이 없었습니다. 십자가로 임시 다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가 짧았습니다. 무겁다고 잘라낸 부분만큼 짧았습니다.

 

불만이 가득 찬 청년이 있었습니다. 늘 자신을 재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한번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먼 곳으로 짐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청년도 함께 짐을 짊어지고 걸었습니다. 한참을 가다 보니 자기 짐이 더 무겁고 커 보여 기분이 나빴습니다.

 

'역시 난 재수가 없어.' 힘이 빠진 그는 조금씩 처지기 시작했습니다. 길이 멀어 사람들은 중간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습니다. 이때다 싶어 청년은 모두가 잠든 밤에 몰래 짐을 쌓아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러고는 어둠 속에서 짐을 하나하나 들어보았습니다. 그중 가장 작고 가벼운 짐에 자기만 아는 표시를 해놓았습니다. 날이 밝자 그는 서둘러 짐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러고는 어젯밤에 몰래 표시해 둔 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짐은 온종일 자신이 불평하며 지고 온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누구나 십자가를 줄이고 싶은 유혹을 받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마지막까지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그러기에 상상을 뛰어넘는 부활을 만나신 것입니다. 우리도 부활을 희망합니다. 부활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반전'입니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는 일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무거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십자가는 원래 무거운 것입니다. 무겁지 않다면 어찌 십자가라고 할 수 있겠는지요?

 

신앙이 기쁘면 삶은 즐거워집니다, 알면서도 실천이 안 됩니다. 마지못해 하기에 그렇습니다. 믿음의 길에는 의무가 많습니다, 즐겁고 편안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귀찮고 힘든 것도 많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실천해야만 기쁨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상지의 옥좌 레지오 단원 여러분! 우리도 머뭇거리지 말고, 앞장서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에 임합시다.

 

 

 

 

 

 

댓글 1

  • 2016년 5월 14일 오후 6:39

    단장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십자가를 즐거운 마음으로 지고 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