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자신의 죄를 고백해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고해실에서 주로 남의 잘못만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잘하려고 했는데 다른 이들이 잘못했기에 어쩔 수 없이 죄를 지었다'는 식의 고백은 옳지 않습니다. 또 죄를 짓게 된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좋지만 죄를 극구 변명하려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두 경우 다 성찰과 통회가 부족하다고 하겠습니다.
고해실에서는 성찰을 통해서 알아낸 자신의 죄를 모두 고백하면 됩니다. 중대한 죄, 즉 대죄는 반드시 고백해야 하고 가능한 한 그 죄의 종류와 횟수까지 고백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자신의 중대한 죄를 알아내고서도 일부러 숨긴다면 자신이 범한 죄의 중대성을 올바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하느님께 불성실한 태도를 취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을 거스르는 큰 잘못으로서 모고해(冒告解)라고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죄를 다 알고 계시지만 우리 자신이 내적으로 제대로 치유될 수 있도록 죄의 고백을 원하십니다.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고 숨긴다면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도 그를 도울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미처 알아내지 못한 대죄를 고백하지 못했다고 해서 잘못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죄는 다음 고해성사 때에 고백하면 됩니다. 일상적인 잘못, 즉 소죄는 꼭 고백하지 않아도 됩니다. 소죄는 고해성사를 통하지 않고도 사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사를 시작하면서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는데, 이때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빌면 죄의 사함을 받습니다. 또 독서와 복음 말씀을 귀담아 들으면서도 소죄의 사함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소죄도 고백하기를 권합니다. 왜냐하면 비록 의무는 아니라고 해도 소죄를 고백함으로써 악으로 흐르는 나쁜 경향과 싸우며 양심을 더 건강하게 닦을 수 있기 때문입 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이 말해주듯이 작은 잘못이라고 성찰을 소홀히 하고 경계하지 않으면 나중에 아주 큰 잘못을 범하기 쉽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일상에서 쉽게 범하는 소죄라도 고백하는 것이 좋다는 교회의 권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례 받기 이전에 범한 죄나 한 번 용서받은 죄에 대해서는 다시 고백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례나 고해성사를 통해서 용서받은 과거의 죄를 재차 고백하는 것이 무조건 경건과 열심의 표시는 아닙니다. 하느님은 범한 죄에 대한 통회를 촉구하시지만 그렇다고 죄스러운 과거에 발이 묶이는 것을 원하시지는 않습니다. 이미 용서받은 죄에 마음을 두는 것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현재를 살고 착한 행실로 미래를 여는 것이 하느님의 뜻에 더 부합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