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각 스님의 가르침

2012. 9. 15. 오전 7:00:29

글자
교각 스님의 가르침
        <정규한 신부님의 ' 하느님께 나아가는 세 가지 여행' 중에서 옮긴 글입니다.>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할 때 아는 분이 교각 스님에 대하여 글을 써 보낸 것이 생각납니다.

신라 왕자로 태어난 교각 스님은, 어릴 적부터 너무나 총명하고 영특하였습니다. 이미 열아홉에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이치를 깨닫고 예비된 임금의 자리를 과감히 버리고 출가하여, 지장보살(지옥을 관장하는 보살, 소원을 빌면 스물여덟 가지 이익을 얻는다고 함)의 화신이라는 놀라운 칭호를 받으며 천이백 년 동안 중국인들에게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스님이 당나라 구화산에서 지장보살의 불력을 펼치고 있던 당시, 매우 사랑해 마지않던 묘인이라는 사미승이 있었습니다. 그는 기품이 있고 이목구비가 수려했을 뿐만 아니라, 나이에 비해 공부도 많이 하고, 뭇 스님들을 깍듯이 공대하여 주위 스님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 하였습니다.

교각 스님은 오래 전부터 그를 점찍어 두었지만, 한 가지 걱정은 그의 재기가 너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교각 스님은 그에게 부처님의 가르침 하나를 깨우쳐 주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미승이 출가할 때 데리고 온 개를 대상으로 선택했습니다.

묘인아! 그 개 밥그릇에 담긴 물을 가져 오너라.”

묘인이 무슨 뜻인 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개 밥그릇을 스님 앞에 가지고 갔습니다.

이 물을 마실 수 있겠느냐?”

교각 스님의 말에 묘인은 흠칫 했습니다. 스님이 자신을 시험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못 마시겠습니다.”

그러자 교각 스님이 묘인에게 말했습니다
.

너는 이처럼 마실 수 없는 더러운 물이나 다름없다. 중이 되었는데, 아직도 삶의 독을 품고 있어서 더럽다는 말이다. 누가 너를 마시려하겠느냐?”

교각 스님은 그릇의 물을 버린 후 물었습니다
.

이 그릇에 밥을 담아 먹을 수 있겠느냐?”

더러워서 안 됩니다.”

너는 더러운 그릇이니라. 더러워서 음식을 담을 수 없는 그릇이나 마찬가지니, 누가 너를 쓰겠느냐?”
 
그 다음 교각 스님은 그릇을 힘껏 내동댕이쳤습니다.
 
묘인아! 이 그릇이 깨질까 걱정이냐?”
아닙니다. 개 밥그릇은 이미 찌그러졌고 값싼 것이어서 아까울 게 없으니 깨져도 괜찮습니다.”

그래? 너는 이 개 밥그릇처럼 값싼 물건이다. 그래서 네가 깨질까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욕심에 빠져 살게 되면 삶의 독을 품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개 밥그릇에 담겨진 더러운 물과 같다면 누가 마시겠습니까? 더러운 그릇에 누가 음식을 담아서 먹겠습니까? 값싼 물건이 깨질까 걱정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회개를 통하여 우리 자신을 깨끗하게 만들어 깨끗한 물과 음식을 담고, 깨질 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생각으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버리는 삶을 살 때가 진정으로 회개하는 때입니다. 결국 내 음식에 의해서 형성된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고 욕심의 껍데기를 부수는 것이 회개입니다.

                                                   좋은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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