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주 어렸을 때 빨간 우편함 앞에서 매일같이 기다리던
아버지의 편지가 프랑스에서 도착하던 날.
하얀 봉투를 찢지 못한 채 그냥 가슴만 두근댔던 그 감동이 다시 살아난 거예요.
지금 기분이 꼭 그래요.
10년 동안 소망해 오던 제 기도가 거짓말처럼 전부 이루어졌기 때문이지요.
아팠던 아이가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더구나 애 아빠의 신앙심에도 불이 붙었어요.
그것보다도 늘 기다려 오던 소망대로 아빠가 드디어 세례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정말 기뻐요. 아무라도 붙잡고 소리치고 싶어요.
내 육신의 아버지와 하늘에 계신 내 영혼의 아버지가 저를 버리지 않고
이 날까지 기다려 주신 거지요.
그 깊으신 사랑을 알고서야 비로소 지금까지 내가 혼자였다는 생각을 깨끗이
씻어버릴 수 있게 된 거지요.
아빠 정말 그렇죠. '사랑'은 '설명' 이 아니지요? 외쳐야만 되 돌아오는
산울림소리가 아니지요?
잘났든 못났든 아빠가 절 사랑해 주시는 것은 복잡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제가 딸이니까 사랑하는 것이지요.
그것처럼 우리에게 생명과 영혼을 주신 하느님도 그럴 거라고 믿어요.
다만 제가 아빠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그 사랑과 은혜를 제대로
느낄 줄 몰랐던 것뿐이지요.
그것을 깨닫고 나서야 편안한 삶이 돌아오게 된 것이죠.
3년 전 일이에요.
저를 보러 헌팅턴 베이에 오셨을 때 "너만 행복하다면 무얼 못해 주겠니" 라고 하시면서
교회에 가는 저를 묵묵히 따라 오셨던 것 기억나세요.
그 고맙고 찬란한 동행의 기쁨 그 사랑을.
그때는 교회에 다니기 싫어하는 아빠가 그냥 믹기만 했었지요.
아빠 미안! 오늘에서야 실토하는 거예요.
아빠 정말 감사해요.
사랑해요.
주님의 이름 받들어 축하드려요.
-민아 올림-
(이어령 전 장관의 따님이 아빠에게 드리는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