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의 힘

2010. 4. 6. 오후 11: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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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의 힘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는 유명한 심리학 박사인 켄트 키스(Kent M. Keith)는 2001년 9월 한 소년원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린 시절의 저는 바보에다 심한 장난꾸러기였습니다.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부모님, 선생님, 형제, 친구 할 것 없이 모두 저를 미워했죠. 그래서 저는 늘 마음 속으로 사랑에 목말라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면 이렇게 기도를 하곤 했죠. ‘하느님, 제발 제가 똑똑하고 착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저도 카일처럼 반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요.’ 하지만 하느님은 귀가 아프셨는지 내 소원을 하나도 안 들어 주셨습니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 나쁜 아이였습니다요. 심지어 선생님들마저도 저를 맡기를 두려워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새 학년으로 올라갔습니다. 저의 반 담임은 마리아라는 새로 부임한 선생님이셨어요. 선생님이 처음 반으로 들어서자, 교실은 한바탕 난리 법석이 일어났습니다. 선생님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시끄럽게 휘파람을 불어대며 책을 머리 위로 던져댔습니다. 모든 남학생들이 나를 따라 하는 바람에 온 학교가 들썩거렸습니다.
 
조용히 하세요.”
 
드디어 입을 연 마리아 선생님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습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저희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생님의 그런 모습을 보자 갑자기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내가 손을 들어 올리자, 아이들은 금세 조용해졌습니다.
 
마리아 선생님은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 칠판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분필이 한 개도 없는 것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리셨습니다. 큰일 났다. 나는 선생님께서 우리들의 장난을 눈치 채신 것 같아 겁이 났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저 아이들을 바라보며 누가 분필을 가져오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조용해졌던 교실은 다시 어수선해졌습니다. 남학생들이 앞다투어 자기가 가져오겠다고 했기 때문이지요.
 
선생님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 후 자신이 직접 선택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교단에서 내려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유심히 쳐다보았습니다.
 
“켄트, 네가 다녀오렴.”
 
생각지도 못했던 선생님의 선택에 난 물었습니다.
 
왜 저인가요?”
 
왜냐하면 너에게는 열정과 총명함, 그리고 리더십이 있기 때문이야. 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거든. 그리고 난 네가 선생님의 부탁을 잘 들어주리라 믿어.”
 
나에게 열정이 있다고? 총명함이 있다고? 리더십이 있다고? 나에게도 장점이라는 게 있단 말이야? 게다가 선생님께서는 그걸 한 눈에 알아보셨다고? 난 너무나 놀랐습니다. 이전에는 그 누구도 나에게 장점이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난, 나 스스로조차 하느님이 버린 아이라고 믿었던 문제아였으니까요.
 
나는 얼른 교실 뒤로 달려가 화분에 숨겨놓은 분필을 선생님께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 막 분필을 건네려는데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손톱에는 까맣게 때가 껴 있고, 셔츠는 온통 기워져 있고, 바지는 먼지로 얼룩덜룩한데다가 발가락은 구멍 난 신발 사이로 비집고 나와 있는 모습에 어찌나 부끄러운지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런 내 모습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분필을 건네 받으면서 찬사와도 같은 미소를 내게 지어 보였습니다. 그 순간, 난 하느님께서 내게 천사를 보내주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천사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한 번의 미소는, 한 번의 믿음은, 한 번의 용서는 따끔한 꾸지람보다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그 힘은 메마른 영혼에 시원한 단비가 됩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서 받게 되는 상냥함과 호의는 버려진 삶도 다시 태어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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