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 이곳에 정부는 4대 강 사업 일환으로 자전거 도로를 놓고, 위락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예수님이 사형 선고받으셨습니다. 그분의 사형선고는 하늘에서 내려온 사랑을 알아보지 못한 우리들의 무지였습니다. 모든 피조물에 깃든 당신의 사랑과 배려를 알지 못한 우리의 어리석음으로 자연도 사형선고 받았습니다.'(제1처)
"4대 강 사업은 필요에 의한 것도 아니고, 탐욕의 목적으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파괴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홀로 자연을 이용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야 합니다. 창조질서를 거스른다면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양수역에서 나와 곧게 뻗은 길을 따라내려 오자 삼거리가 나온다. 양서 문화 체육공원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도니 곧게 뻗은 나무들이 자태를 뽐내는 다리가 기다린다. 다리를 건너며 이 신부는 아름다운 강이 훼손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도려나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고 했다.
"자연을 파괴하고 사람이 살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친환경입니까? 있는 그대로 두고 더불어 사는 것이 친환경입니까? 이 사업은 강을 너무 쉽게 다루고 있습니다. 절차와 과정, 검토 없이 너무나도 졸속으로요."
다리를 건너자 맞은편에 '두물머리 산책로' 푯말이 보인다. 강가를 따라 나있는 산책로엔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러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기차가 아닌 버스로 이곳에 온다면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 2000-1번 버스를 타고 양수리에서 내리면 산책로 입구다.
4대 강 사업이 진행되면 때론 촉촉하고 때론 뽀송뽀송한 이 흙길엔 딱딱한 보도블록이 깔릴 것이다. 기존에 있던 나무들은 다 캐어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은 뒤 이를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강가의 계곡이 굴착기로 벗김을 당하고 강변 오솔길을 대형트럭이 짓밟고 달립니다. 수천 년 우리 곁에서 흐르던 강이 자본과 개발의 논리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습니다.… 강바닥을 긁어내고 콘크리트를 부어 넣는 것이 바로 당신을 모욕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임을 우리가 깨닫게 하소서.'(제10처)
"어떤 종교든 믿음이 있고, 믿음에 따른 삶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주님의 복음적 삶을 자신의 삶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신자라면 불의함 속에서 정의를 추구하고 이를 개선하고 고치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성당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선을 추구하고 정의와 사랑, 나눔, 배려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당장 먹고살기에 급급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이 신부는 그렇기에 지도자, 특히 종교지도자는 더 깨어 있어야 하고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 트인 강가, 산책로 끝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다. 양평군 제16호 보호수인 이 느티나무 역시 4대 강 사업이 시작돼 제방을 쌓는다면 그 운명을 알 수 없다. 느티나무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도로가 나오고 유기농 딸기 농사를 짓는 비닐하우스들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생명평화미사 봉헌장소'라는 노란 표지를 따라가면 두물머리다.
"자전거 도로가 유기농단지보다 가치가 우선합니까? 유기농단지야말로 어느 것보다 친환경적이고 자연스러운 것 아닙니까?"
두물머리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나뭇가지로 만든 소박한 십자가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매일 오후 3시 이곳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이들 마음은 한결같다. 잔잔히 흐르는 강이 멈추지 않길, 발에 밟히는 푹신한 지푸라기와 부드러운 땅이 딱딱한 보도블록으로 바뀌지 않길, 자연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길 바라는 것이다.
"4대 강의 죽음과 예수님 죽음의 공통점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참극이란 것입니다. 물질적이고 세상적 가치보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삶이 성숙한 신자의 모습이 아닐까요? 이를 알면서도 침묵한다면 교회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일 겁니다."
4대 강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는 27일 오전 11시 옛 남한강교 아래에서 최덕기 주교 주례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남한강순례를 실시할 예정이다.
-김민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