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자의 남편
이른 아침에 승용차로 출근하던 영환이 회사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온몸이 흔들렸습니다. 뒤편에서 주차하던 승용차가 영환의 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뒤 범퍼를 들이받은 것이었습니다. 순간 영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드디어 내 차가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겠구나!’
영환을 들이받은 차는 새로 뽑은 듯한 차였습니다. 40대로 보이는 중년 부인이 운전석에 앉은 채 떨고 있었고, 차 뒷유리창에는 ‘초보운전’ 이라는 글씨가 씌어 있었습니다. 영락없는 먹잇감이었습니다. 영환은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인을 향해 나오라고 손짓을 하였습니다.
여인은 차에서 내려서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어떻게 해야 하죠?”를 반복하였습니다. 그녀는 영환이 요구하는 대로 무엇이든 들어줄 것 같았습니다.
“운전한지 얼마 됐어요?”
“오늘이 첫날이에요.”
“조심하셔야죠?”
“네, 죄송해요. 배상해드릴게요. 어떻게 해야 하나 ……?”
“자동차 서류 있으세요?”
“뭔지 모르겠지만 남편이 혹시 시고 나면 꺼내보라고 준 봉투가 있어요!”
“한번 줘보세요!”
여인이 봉투를 꺼내서 영환에게 건네주었고, 영환은 하늘이 자신의 차를 수리할 기회를 주었다는 생각에 들뜬 기분으로 봉투를 열어 서류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서류 맨 위 백지에 커다란 글씨로 무언가 씌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보!
당신이 이 서류를 꺼내보고 있다면 당신은 무사하겠구려!
아무 걱정 말고 보험회사에 연락해요.
그리고 나한테도 연락하고,
차는 어떻게 되어도 괜찮소!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은 차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기억해요!
영환은 그 글을 보며 자기 앞에 어쩔 몰라 는 중년여인의 남편이 어떠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서류를 그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영환은 남편의 글을 읽어 내리는 여인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남편의 글을 읽고 난 여인은 조금 전보다 안정된 표정으로 영환에게 “보험회사에 연락할까요?” 하고 물었다. 영환은 그런 남편을 둔 여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영환은 “아니에요, 그냥 가세요! 근데, 아줌마! 좋은 남편 덕 본 줄 아세요!”라고 말하고는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남편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아내입니다. 남편에게는 아내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아내에게도 가장 소중한 것은 옷과 장식품이 아니라 바로 남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소중하지 않은 사소한 물건들과 일 때문에 남편과 아내에게 상처를 주며 살고 있습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앞세우는 부부는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부부가 화목할 때 가정이 화목하고 세상이 편안해집니다. 부부의 사랑은 두 사람만을 행복하게 하지 않습니다. 그 부부를 바라보는 사람들 모두에게 기쁨을 줍니다. 부부의 사랑은 세상을 사랑으로 채우는 씨앗입니다.
부부의 사랑은 서로 존경하고 이해하는 데서 이루어집니다. 사랑이 깨어지는 것은 결코 커다란 문재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 부주의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됩니다. 위의 글은 김홍식 지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이라는 책에서 옮긴 것입니다.
제 자랑을 좀 하렵니다. 저는 32세에 늦깎이로 결혼하여 올해 35년이 되었는데, 부부간에 아직 심하게 다퉈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직 서로가 상스러운 말을 해본 기억도 없습니다. 지금도 아내를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서로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 부부가 되었으면, 한마음이 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하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 한다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교회의 일도 마찬가지 입니다.
교회에서 힘들게 봉사들 하면서 너무 이해타산을 따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 주님께서 알아서 챙겨 주실 것으로 믿는다면 자신이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고, 상대가,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여 불평을 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모두 같은 하느님 사업이고, 함께 고생들 하는데 말입니다.
참, 저도 왕 초보 때 꾸르실료 체험한 형제님 환영 차 꾸르실료 회관에 다녀 오다가 제 실수로 접촉사고를 냈었습니다. 상대 차는 페인트만 조금 벗겨졌는데 제 차는 앞 범퍼가 많이 망가졌습니다. 상대방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보험처리 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가진 명함이 성당 명함 밖에 없어 성당 명함을 주었는데, 그 후 연락이 없어 지금도 궁금합니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라도 적어 놓았더라면 인사 전화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요.
성당 명함엔 제 인적 사항이 적혀 있고 중간에 이런 글을 새겨 넣었습니다 “천주교로 오십시오. 마음의 평화를 드립니다. 성심껏 도와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