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예수님!!
올해도 어김없이 군항제가 시작되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행님, 누님, 친구들께서는 한국에 계실
때 한번쯤 진해에 가보셨을거라 생각합니다. 벚꽃 축제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도시지요.
당연히 저야 학교를 진해에서 다녔으니 구경 잘 했었죠.
어쩌다 학교를 진해에서 다니다보니 매년 군항제가 열리는 시간이 되면 즐겁다기보다는
걱정을 더 하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조용한 교내도 어수선하게 되고 외박이나 외출을 나갔다
학교로 돌아오는 것도 쉽지가 않아서 2 ~ 3 시간 먼저 출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죠.
진해에는 벚꽃길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해사 교내에 있는 벚꽃길이 제일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군항제 기간 동안 개방을 하는 연병장만 대부분 보고 가시지만 기숙사 쪽으로
올라가는 여러 길에 피는 벚꽃은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죠.
생도 1학년을 Bottom이라고 부릅니다. 처음은 언제나 그렇듯 힘들고 기존의 체제에 적응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군인을 만드는 학교여서 군대와 똑같죠. 모든게 낯선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군항제가 열렸는데, 하루하루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벚꽃길 사이로 보였던
꽃들이 까맣게 보였던 기억이 새롭네요. 교내에 그렇게 많이 피었던 여러 종류의 꽃들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1학년 생활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게 밑바닥 생활만 할 것 같은 시간도
흘러 어느새 후배들이 차가운 바닷바람에 훈련하는 87년 2월. 이제 2학년이 된다는 사실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교정에 핀 꽃들을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더 컸던 것은 그만큼 여유
가 생겼다는 것이었겠죠. 벚꽃, 개나리, 철쭉, 목련, 장미, 이름모를 수 많은 꽃들.. 육체적으로
피곤했던 제게 스쳐지나는 순간 순간 안정을 주었던 고마운 꽃들이었습니다.
또 다시 시작한 Bottom 생활이 86년과 비교가 됩니다. 나이도 조금 먹었고, 가장이라는 위치에
있고, 진해가 아닌 남반구 호주의 멜번이라는 것. 아직 벚꽃을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지천에 널린
꽃들이 많은 그런 나라, 그런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이 조금 다른 것이겠죠.
학교를 어수선하게 하는 관광객들이 떠나고 남은 교정에 눈처럼 하얗게 내리는 꽃잎들을 보며
내년 이 시간을 고대하곤 했습니다. 다시 피는 벚꽃을 볼 때면 졸업과 임관이라는 영광을 가지
는 그런 시간이 내게도 올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였는지도 모릅니다.
눈처럼 내렸던 그 벚꽃잎에 걸었던 희망을 다시 해봅니다. 올해도 한층 더 성숙해졌으면..
먹는 나이만큼 마음 씀씀이도 넓게 했으면.. 하루하루 감사와 행복으로 충만했으면..
군항제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주문처럼 떠올리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