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무처리도 끝나고 기말고사와 성적처리만 남았습니다.
청바지를 입고 학교를 가니 학생인지 선생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야단들입니다.
교무처에서 득달같이 온 전화..받아보니 시비를 거는 사람들..불안한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조교 둘이서 두마디면 끝낼 일을 가지고 교수 둘과 교무차장이 삼자대면을 해야 한다는 사람은
제 생각엔 정신이상인 것 같습니다..조교를 혼을 내겠다는 교무차장에게 화를 내면서 왜 조교에게 야단을 치느냐..
정말로 이상한 것이 아랫사람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는 윗사람들..그런다고 권위가 더 서는 것도 아닌데..
기분이 나쁜채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스타일 구기는 김에 교무처에 대고 악도 좀 써대었습니다.
말로 해도 되는 일들을 꼭 싸우도록 만드는 이상한 사람들입니다..학교 특유의 어깨싸움인데 정말 싫습니다.
그렇다고 피해다니다 보니까 말안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덜떨어졌다고 속으로 욕하면서..
사실 나도 덜떨어지기야 마찬가지이지만 그런다고해서 자기가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싶습니다.
친한 선생들과 점심약속을 하고서 돌아왔습니다. 맛난 메뉴는 성님이 고르시라.. 삼인방의 종강파티입니다.
사실 우리 학교 동네에서 먹을 것이라고는 생선구이 백반, 해물찜, 한정식, 칼국수, 삼계탕, 올갱이집..그 정도입니다.
산골 구석이니 음식점은 많지만 대학동네 답게 스파게티집 하나 없는 우중충한 동네입니다.
그래도 우리들은 신난다고 그런 것들을 먹으면서 종강파티를 합니다..그 집들에서는 자동판매기 커피를 줍니다.
완전히 서울보다도 30년은 뒤진 느낌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내가 젊은 청춘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들 세사람은 언제부터인가 개강때 종강때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별로 말도 안하면서 삼총사가 되었습니다.
서로 그냥 봐줍니다. 이무기처럼.. 전자과 박 할멈, 산업경영과 권 할멈, 간호과 송 할멈 그렇게 세명입니다.
나는 십년째이지만 두 사람은 이십년쯤 된 사람들입니다. 오래되었다는 것을 이무기라고 서로 부릅니다.
무난한 척하지만 세상에 둘도 없이 까다로운 세 사람..순하고 고집세고 불쌍한 세 사람..그렇게 정들어서 삽니다.
우리의 삶에 주어진 사랑을 느끼려면 얼마나 더 마음이 단련되어져야 하는지..모르겠습니다.
사랑보다는 정이 더 익숙하다는 것이 진심입니다. 어떨때는 너무 아파서 사랑을 느끼기가 싫을때도 있습니다.
사랑을 주어도 받기가 싫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사랑받고 싶어했었는데 말입니다..외로움은 자초하는 것인지..
그저 곁을 주고 정을 주고받는 일이 삶에서 더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화제는 요즘 종교..
한 사람은 불교이고 한 사람은 개신교이고 한 사람은 가톨릭이지만 궁극엔 살아있음을 믿어보기로 합니다.
교감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서로에게 연민이 생겨나게 되고 그것들이 모여서 둥우리를 틉니다.
사람이 사람인 한 그런 믿음이 사랑이 아닐까요? 궂이 교리나 종교적인 언어로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맹숭맹숭한 사람들..보통 사람들 속에서 느껴지는 편안함들이 그 일반적인 마음 속에도 하느님이 계시니
참으로 나는 너무나 먼데서 허상을 구하고 다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버겁습니다..요즘..
그냥 살아갑니다. 그렇게 오십을 한달 앞두고 있습니다. 열매를 맺는다면 그것은 다른 이들이 따갈 것입니다.
내가 아프게 뿌리내리고 꽃피워서 맺은 열매이지만 나무가 열매먹는거 아니니까요. C'est la v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