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

2008. 12. 16. 오후 12:22:21

글자
                                                                                                                           *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마지막 대청소...
 
 
마지막 수업
 
드디어 12월 12일...
79년 군부실세에 의한 쿠데타로서 12.12사태로 기억되는 날...
그러나 피 흘린 과거 유헐 쿠데타보다
더 무섭게(?)  머리를 짓누르는 것은 '종교철학' 시험이었다.
그것도 '마지막 수업' 시간에...
그래도 생각보다는 쉬운 문제가 출제되었다고 한숨을 돌리며
나름대로 시험을 마치니 드디어 '종업(終業)...
아, 지난 2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실감이 안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잎새까지 다 떨구어 낸 신학원의 풍경은
시험 끝나고 일찍 하교한 교정은 겨울녘 찬바람과 함께
어쩐지 이 날 따라 스산하고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교정을 나서는 발검음은 가벼웠을까, 무거웠을까?...
 
점심식사를 위해 '목동'에 모인 학우들...
지난 2년간을 회고하며 환담...
"혹시 월요일에 일어나서 책가방 챙기는 거 아닐까?"...
그런 선배가 있었다는 일화가 실제 있었다는 거 아닌가...
 
모국어를 빼앗긴 피점령국의 슬픔과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내 
프랑스 국민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프랑스 알자스주에 살던 소년 프란츠는 '마지막 수업'을 끝으로
모국어를 잃은 대신 나라의 중요성을 얻었을 텐데...
나는 2년간의 신학원 수업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오늘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남은 것은 무엇인가?"
라는 조용필의 노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바람처럼 살다가 바람처럼 떠나고 싶은 바람(WIND & WISH)'을 내세우며 떠돌다가
'부는 바람'을 잠재우고 '비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 입학했던 것이
오히려 '바람'만 더 일으키고 바람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떠난다는
자책감이 앞서기도 하고...
 
"아니다., 그렇게만 생각할 게 아니다...
그래도 콩나물 시루에 물 주듯이 물은 다 빠져 나갔지만
'신앙과 이성'은 속이 알차게 자랐고,
그 콩나물들이 다시 뭉쳐 새로운 학우애의 활력소를 얻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일찌기 김광석은 '이등병의 노래' 에서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라고 읖었다.
그렇다.  지난 2년간은 이등병 계급장을 달기 위해 기초훈련을 끝낸 것이다.
이제 병장, 아니 스타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기초 입문 과정을 받았다면
그것을 토대로 내 자신의 지식의 탑을 더 쌓아야 한다.
 
학우 여러분,
졸업 후에도 부족하고 못난 저를 어여삐 봐주시고
더욱 깨우쳐 주시길 청원합니다..._()_
                                                                                                                 
                                                                        * '목동'에서의 마지막 점심식사 모습...어쩐지 숙연한 모습도 엿보인다...

댓글 7

  • 2008년 12월 16일 오후 12:33

    매일 오르내리던 저 언덕길이 그새 그립습니다. 매일 모여 이렇게 먹거리를 나누고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으련만....^^

  • 2008년 12월 16일 오후 11:22

    마지막 수업이 시험 이라 좀..........훈훈한 정을 나눈 2년이 바람처럼 지나가도 ........난

  • 2008년 12월 17일 오전 12:27

    오늘 자세히보니 신학원이 저리도 멋있게 보이네여(찍사가 잘 찍어서 그런가 하늘과 맛닿아 있는듯...) 저곳이 바로 50년동안 밀씨들을 키워낸 산실이구만요. 우리는 매일 천상의 것을 생각하며 저 길을 오르내렸죠? 진리안에 걷다보니 많은 의문점이 사라진 듯 합니다. 학교가기전 의문점이 무지 많았거든요. 목동 떡만두국 언제 또 먹어보나..........

  • 2008년 12월 17일 오후 2:13

    우리의 영원한 하느님 찬양 가수, 시몬 형제님!신학교에서의 마지막 한 장의 사진 또한 감사드립니다.

  • 2008년 12월 17일 오후 4:31

    추가 모집할 때 김진태 신부님과 면담을 시작으로 ,마침도 종교철학이라 잘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페날틱 막을 때 한 쪽을 포기하듯이 방향은 잘 잡아서 흐뭇했답니다. 그런데 아뿔싸 니체는 비판적무신론에 쓰고 잘난척하느라 웬 까뮈, 사르트르까지 넣어서 망쳤습니다^^

  • 2008년 12월 17일 오후 5:12

    처음 입학할 때 흥분되던 그 등교길, 학기말 고사때 노심초사하며 올라가던 그길, 장마 때 신발이 함빡 젖어 끌고 가던 그길, 눈길에 미끌어 지며 엉금엉금 올라가던 길, 나 이제는 그 힘받아 골고다 그길 찾아 가리다. 심몬,심몬,심몬 나 그대를 사랑하오! 우리 모두의 보물이여?

  • 2008년 12월 18일 오후 10:37

    멋진 시몬님!!! 덕분에 저희 반에 즐거운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아시지요? 참으로 재주도 많으시고 바람도 많으시고...wind or wish???ㅋㅋ 열정 또한 가득 열심히 사시는 모습을 보며 감탄*감탄, 그 만큼 많은 일도 해내시고...참으로 즐거웠습니다. 그동안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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