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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동창 신부가 준 상본 한 장이 있습니다.
뒷면에는 그가 직접 쓴 아름다운 기도문이 있었는데,
베드로 사도를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는
그의 본당의 설립 40주년을 준비하는 기도문이었습니다.
상본의 그림은 그리스 출신으로 스페인에서 활동한 유명한 화가
그레코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베드로 성인'이라는 성화였습니다.
이 그림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깊은 슬픔에 잠긴 표정과
애처롭게 보일 정도로 눈물 자국이 선명한 얼굴,
그러나 손과 얼굴의 방향이 가리키듯 하늘을 향한 마음을
포기하지 못하는 베드로 사도의 모습을 거기에서 보았던 것입니다.
그 모습이 오늘 다시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의 수난기 중에서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한 베드로가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슬피 운 장면(26,75 참조)을 들었을 때입니다.
처음에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했습니다.
예수님의 체포에서 시작하여 십자가형으로 이어지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길 가운데 지금 제가 어디에
서 있는지도 잘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조금 지난 뒤 저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조금씩 눈과 마음속에서 살이 찢기듯 스미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님의 수난이 너무 참혹하기에 흐르는 눈물이기도 하지만,
저의 죄가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았으며 베드로와 마찬가지로
그분에 대한 배반을 뉘우치는 눈물이라는 생각에 더 비통할 따름입니다.
작곡계의 거장인 독일 출신의 바흐가 만든 '마태오 수난곡'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들은 마태오 복음 26장과 27장을 주제로 한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바이올린 독주를
타고 애절하게 노래하는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저의 하느님!'
(Erbarme dich, mein Gott!)입니다.
이 곡은 바로 베드로가 눈물을 흘리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저의 하느님, 제 눈물을 보시고/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 앞에서 아프게 통곡하는/ 저의 이 심장과 이 눈을 보소서,
하느님./ 불쌍히 여기소서!/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이제 하느님의 구원의 신비를 더없이
깊이 체험하게 되는 성주간의 문을,
베드로 사도가 흘린 눈물을 우리 자신의 눈물로 삼아 열어야 합니다.
오직 그분의 자비만을 바라며
그 신비 속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애절하게 청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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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 미사-
♬ 수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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