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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시기에 우리가 듣는 주님의 말씀이 그 밀도를 더해 가면서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이, 긷고 길어도 결코 마르지 않는
샘처럼 한없이 깊은 신비라는 사실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수난과 부활의 깊은 신비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는 데
우리가 먼저 만나는 것은 어쩌면 죄와 악의 신비일지도 모릅니다.
그 신비가 지닌 무게에 놀라고 절망해 보지 않았다면
예수님의 수난에 담긴 '대속'의 신비를 체험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라는
세례자 요한의 깨달음(요한 1,29 참조)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비로소 실감하는 것, 바로 이 체험이 우리가 예수님의 지상 삶의
마지막 순간을 묵상하면서 이르러야 할 지점입니다.
악의 신비는 결코 풀 수 없는 난제라고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이 말합니다.
악을 이성적으로 해명하거나 모조리 없앨 수 없다는
면에서는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성경은 악의 신비가
무엇인지 설명하기보다는 그것의 뜻을 깨닫게 합니다.
곧, 인간의 노력으로는 결코 사라질 수 없는 악의 신비인
'세상의 죄'를 '하느님의 어린양'께서 짊어지시고 없애신다는 것을
바라보도록 초대합니다. 이러한 '대속'의 신비는 결정적인 '때'와 함께
드러난다는 것을, 오늘 복음의 가르침처럼
'그분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데서 알게 됩니다.
'그분의 때' 곧 예수님의 시간은 수동성과 능동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악의 신비에 당신을
희생 제물인 어린양으로 내맡기시지만, 그것은 동시에 악에 대한
결정적인 승리를 가져오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악의 신비와 맞서며 대속의 신비를 체험하고자 하는 우리 신앙인에게
'예수님의 때'를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그분의 때'가 인간의 시간,
바로 나의 시간과 어떻게 만나는지 깨닫는 은총을 청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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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 미사-
♬ 기억하소서(Call to remembranc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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