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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에 오늘 복음의 내용을 듣고서
좀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수님과 더러운 영들 사이의 대화의 내용도,
그 영들이 ‘군대’라고 하는 표현도 낯설었지만,
무엇보다도 그 마귀들이 애꿎은 돼지들에게 들어가
호수에 빠져 죽는 모습이 너무나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사실 지금도 오늘의 복음에 묘사된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것을 본 사람들이 기겁하였던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이해하기 힘든 성경 말씀의 깊은 뜻을 막연하게나마 처음으로
감지한 것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 나가다가 『악령』이라는 소설을 만났을 때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소설의 머리말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돼지 떼를 호수로 몰아넣은 더러운 영들의 이야기를 골랐습니다.
그의 가장 난해한 소설로 꼽히고 또 완성도에서도
논란이 많기도 한 작품이지만 저는 여기서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까닭인지 소설을 읽은 지 아주 오래되었지만
오늘 복음 말씀을 대하면 먼저 이 작품이 떠오릅니다.
작가가 이 성경 구절을 선택한 이유를, 머리말에 같이 싣고 있는
러시아의 대시인 푸시킨의 시구에 비추어 보면 조금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때려죽인다고 해도 흔적이 보이지 않는군./ 길을 잘못 들었어.
이제 어떡한담./ 아무래도 악령이 우리를 들판으로 내몰아서,
사방을 헤매게 만드나 보다.”
이 소설에서 도스토옙스키는 허무주의나 무신론,
공산주의 같은 이념에 사로잡혀 진정한 삶의 방향을 상실하고 있는
당시의 젊은이들과 사회의 모습을 그려 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서로 파괴하고 자기 자신마저 죽음으로까지 내몰게
하는 혼돈 시대의 배후인 ‘악령’의 특징을 보여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이를 윤리적 감각과 타인을 제대로 사랑하는
능력을 잃은 정신적 공허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막다른 길로 질주하는 돼지 떼 같은 이 시대의 혼돈 속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의 시선이 향하고 우리의 귀를 기울여야 하는 곳은,
주님께서 계신 곳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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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 미사-
♬ 당신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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