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평화방송’에서 광주대교구
윤공희 대주교의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납니다.
윤 대주교는 교구장으로 지낸 삶을 회고하면서
1984년 5월에 있었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광주 방문을 떠올렸습니다.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의 해를 맞아 한국을 처음 방문한 교황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광주를 꼭 가 보아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1980년 광주 시민들이 군부 독재에 반대하며
민주화를 부르짖는 과정에서 너무나 큰 희생을 치렀기 때문입니다.
광주를 찾은 교황은 시민들이 겪은 시련을 언급하면서
‘용서’라는 주제로 역설하였다고 대주교는 회상하였습니다.
이에 인터뷰하던 기자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광주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용서’라는
주제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지금도 의문점이 많지만
그 당시는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에 대해 정부가 확실히
밝힌 시점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윤 대주교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진상을 밝히는 것과 용서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용서란 잘못한 것에 대해 무조건 덮는 것이 아닙니다.
그 잘못에 대해서는 철저히 물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그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용서해야 합니다.
그 사람도 하느님께 사랑받는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아야지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용서에 대하여 가르치십니다.
우리는 용서란 상대방의 허물을 무조건 덮는 것이라고 흔히 생각합니다.
그러나 용서를 하는 것과 죄를 묻는 것은 별개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 형제가 죄를 짓거든 꾸짖고, 회개하거든 용서하여라.”
그렇습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죄를 지은 사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악을 퍼뜨리는 죄 그 자체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용서의 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