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성모자애원에 계신 정 종주 자매님의 편지

2007. 9. 10. 오전 10:16:28

글자
서울 구로본동 천주교회 교우님들
                                                                     정 종 주
 
  초록빛 녹음이 화사한 꽃들과 어우러져 미소 짓던 작년 오월 서울 구로본동 천주교회 교우님들과 저희 마리아의 집 가족들과의 자매결연이 끊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저희들은 한동안 말을 잃었습니다. 너무나 믿기지 않는 그 사실에 저희들은 한동안 말을 잃고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 동안 친 부모 친 동기간들처럼 그렇게 형제자매님들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온 저희들이라 그 실망이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아! 이젠 보고 싶은 얼굴들을 볼 수도 없겠구나! 1년에 한번씩 보고 싶은 얼굴들을 볼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저희들에겐 큰 행복이었는데 저희들에겐 큰 축복이었는데 이젠 그 보고 싶은 얼굴들을 볼 수도 없겠구나! 생각하며 말문이 콱 막히고 지나간 시간들이 지나간 순간 순간들이 추억되어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저희 원장수녀님께서도 수녀님들과 선생님들께서도 저희들이 상처를 받을 까봐 저희들이 마음의 큰 상처를 받을 까봐 차마 저희들 앞에선 공개적으로 자매결연이 끊어졌다는 말씀들을 못하셨지만 저희들은 여기 저기에서 물새 듯 고무풍선에서 실바람 새어 나오듯 그렇게 흘러나온 작은 입 소문으로 하나 둘씩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너무나 실망들도 컸습니다.
  
  지금은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들도 마음만 먹으면 만나고 화상 상봉들도 한다는데 저희들은 이게 뭔가! 저희들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들도 아니요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없는 그런 사람들도 아닌데 저희들은 이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런 얼굴들이 생겼구나! 생각하며 쓴 웃음과 허탈감들을 동시에 토해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작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 축일 날에 저희 마리아의 집 주보 축일을 축하해주시기 위해서 서울 구로본동 천주교회 교우님들께서 오신다는 소식들을 전해 듣고 저희들 모두가 마음으로 뛸 듯이 기뻐하고 좋아했습니다.
  
  몸은 비록 불편하여 모두 다 뛸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는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 다 뛸 듯이 기뻐하고 좋아했습니다. 영영 볼 수 없을 것이라 영영 만날 수 없을 것이라 여기고 생각했던 분들이 오신 다기에 저희들 모두가 더 기뻐하고 좋아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교우들께서 오시는 8월 15일 날 저희들 모두가 꽃 단장한 새 색시들처럼 어여쁘게 차려 입고 교우님들을 기다리고 그 시간들은 교우님들을 기다리는 그 순간 순간들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감으로 가득 차 올랐습니다. 성서 말씀에 신랑을 기다리는 열 처녀의 비유가 나오듯이 저희들도 그런 마음 그런 기분들로 교우님들을 기다렸고 그 들뜸과 그 설렘은 말로도 글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주님 안에 사랑으로 정으로 이어진 그래서 지난 20여 년을 사랑으로 정으로 이끌고 내려온 사람으로선 끊을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음을 주님의 특별한 그 무엇인가가 있음을 저희들은 온 몸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8월 내내 그리고 8월 15일 날 아침부터 꽃 단장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교우님들께서 오셨을 때는 너무 기뻐하고 좋아한 나머지 그 기쁨과 좋아함의 표현들을 제대로 다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저마다 각자의 마음속에 깊이 들어있는 그 기쁨과 좋아함의 표현들을 제대로 다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한번 끊어질 듯 했던 그 쓴 맛이 그 쓴 웃음과 그 허탈감들이 저희들로 하여금 그 기쁨과 좋아함의 표현들을 제대로 다 못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교우님들을 만나는 그 기쁨은 그 행복감과 감사함은 저희들의 마음과 기분들을 한층 업 그레이드 시켜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서로 만나면 말이 필요 없듯이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무언으로 통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듯이 오랜 세월을 교우님들과 한 가족들처럼 친 부모 친 동기간들처럼 그렇게 허물없이 지내온 저희들이라서 그런지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무언으로 통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음을 저희들은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또 오시리라는 믿음 신뢰감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올 여름 7월 초에 저희 마리아의 집 가족회의 시간에 저희 원장님께서 8월 중순이나 하순에 서울 구로본동 천주교회 교우님들께서 오실 것이라고 말씀을 하셔서 저희들 모두가 어린아이들처럼 손 꼽아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그 기다리는 도중에 저희들의 친 부모 친 동기간 같으신 카타리나 자매님께서 병환으로 많이 아프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저희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릅니다. 날마다 기도 시간에 다 같이 모여 앉아서 카타리나 자매님의 빠른 완쾌를 기도 드렸지만 끝내 완쾌하지 못하시고 주님의 나라로 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울컥 가슴으로 뜨거운 눈물이 소낙비처럼 흘러 내렸습니다.
 
  그리고 카타리나 자매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서 영원한 영생복락을 위해서 주님의 나라에서 영원히 편안하시라고 행복하시라고 저희들 모두가 마음을 다하여 날마다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소식을 잘 몰라서 늘 궁금하게 여기고 있었던 도미니코 전 총회장님의 아드님께서 사제 서품을 받으셨다는 소식은 저희들을 슬픔 중에서도 기쁨을 되찾게 마음을 환히 밝혀주셨고 기도의 옹달샘에 풍덩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두레박으로 퍼내어도 퍼내어도 줄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는 늘 그 상태로 고여있는 수정처럼 맑게 고여있는 기도의 옹달샘에 풍덩 빠져들었습니다. 앞으로 사제로서의 큰 뜻과 꿈을 펼칠 수 있으시기를 사제로서 가야 할 길에 늘 주님께서 함께 하여 주시기를 늘 평화와 기쁨이 함께 하여 주시기를 저희들을 기도의 옹달샘에 풍덩 빠져들어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동안 저희들은 서울 구로본동 천주교회 교우님들께서 아프시거나 기도를 부탁하신 교우님들 외에도 늘 구로본동 천주교회 교우님들을 위해서 기도를 드리고 있던 터라 저희들이 기도의 옹달샘에 풍덩 빠지는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아무리 받아도 아무리 교우님들께 사랑과 정을 받아도 아무것도 교우님들께 드릴 것이 없기 때문에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저희들의 마음과 사랑을 듬뿍 담은 기도의 정을 드리는 것입니다. 교우님들께서 저희들에게 주시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너무너무 미약하지만 저희들은 기도 밖엔 드릴 것이 없기 때문에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저희들의 기도로 늘 교우님들께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평안 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저희들은 8월 중순이 지나고 하순이 되자 서울 구로본동 천주교회 교우님들께서 왜 안 오시느냐고 8월 중순이나 하순에 오신다고 해 놓고선 왜 안 오시느냐고 혹시 교우님들께서 저희 마리아의 집에 오시는 것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은 아닌가 싶어서 아니면 영영 안 오시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언제 오시느냐고 교우님들께서는 언제 오시느냐고 날마다 저희 원장님과 수녀님들과 선생님들께 묻기 시작했고 서울 구로본동 천주교회 교우님들께서는 9월 1 일 날에 꼭 오신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소식을 전해들은 저희들은 너무너무 기뻤고 그 기다리는 시간들이 그 기다리는 순간순간들이 저희들에겐 더없이 기쁘고 행복하기만 하였습니다.
  
  이제 교우님들께서 오시면 교우님들을 만나면 무슨 말씀들을 할까 무슨 표정들을 지으며 반가움을 표현들을 할까 무슨 숨은 장기자랑들을 보여드리며 웃겨드릴까 저희들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까르륵 까르륵거리며 웃고 장난도 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저희들의 모습에서 또 하나의 기쁨을 찾습니다. 또 하나의 행복을 찾습니다.
  옛 속설에 하던”…”도 멍석 깔아놓으면 안 한다는 속설이 있듯이 저희들도 막상 멍석 깔아놓으면 부끄러워서 쑥스러워서 아무것도 못할 저희들의 모습에서 그래도 교우님들께서 오신다는 그 기쁨에 교우님들께서 오신다는 그 행복감에 젖어 물기에 촉촉이 젖은 꽃송이들처럼 촉촉이 젖어 저희들 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까르륵 까르륵거리며 웃고 장난도 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저희들의 모습에서 또 하나의 기쁨을 찾습니다. 또 하나의 행복을 찾습니다.
  아무쪼록 교우님들께서도 저희들과 함께 하시는 시간들이 저희들과 함께 하시는 순간순간들이 기쁨의 시간들이 되시기를 행복한 순간 순간들이 되시기를 저희들이 마음을 다하여 진심으로 기도 드립니다.
 
  서울에서 포항까지 먼 거리를 저희들을 위해서 이 무덥고 지치고 짜증나는 날씨에 저희들을 위해서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듯 온 전신을 뒤틀며 꿈틀거리다가 잠시 멈춘듯하지만, 그래도 무더위는 여전히 마찬가지인 이 무더운 날씨에 저희들을 위해서 어렵고 힘겨운 걸음들을 해주신 구로본동 천주교회 교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저희들과 함께 하시는 시간들이 저희들과 함께 하시는 순간순간들이 기쁨으로 충만한 시간들이 되시기를 행복으로 충만한 순간순간들이 되시기를 저희들의 마음을 다하여 진심으로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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