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포도나무이다

2009. 6. 13. 오후 10: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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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0일 서울대교구 주보 생명의말씀

 

    나는 참포도나무이다

                                                                                                       구요비욥신부│프라도회한국책임


  우리나라에 ‘포도나무’가 들어오고 포도 재배가 자리 잡는 과정에 선교사 신부님들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지금의 안성(安城) 포도가 불란서 신부에 의해 번식되었고 1910년대에 지금의 대학로가 자리 잡은 동숭동 일대는 넓은 포도원 농장이었다. 선교사들은 포도 농사를 통해 가난한 교회의 살림을 꾸려갔던 것이다. 이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이 분들의 백성에 대한 목자적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 농부인 하느님 아버지와 참포도나무인 예수님 사이에(1절, 그리고포도나무인 주님과 그 가지인 우리 인간 사이에(5절) 이 사랑이 깊게 배어 있다. 하 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구세사 안에서 이스라엘로 대변되는 인간은 광야에서 마구 자라온 야생 포도나무와 같다(이사 5,1-7). 하느님은 이 포도나무를 지극 정성으로 키우고 돌보아 주시지만 그 결과는 늘 실망과 후회 뿐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 걸어온 기대와 희망을 성취하는 분으로 자신을 소개하신다.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1절).


  포도나무는 예수님의 운명을 담고 있다. 포도 농사꾼은 겨울에 죽은 가지들을 잘라내고 이때에 좋은 나뭇가지도 전지(剪枝)하는데, 이는 수액을 모으고 많은 포도송이를 소출해 내기 위해서이다. 이런 가지치기가 없을 때 포도나무는 열매는 없고 잎사귀만 무성하게 자랄 뿐이다. 농부들은 가지치기를 할 때 포도나무가 아파서 운다고들 말한다. 포도의 수액은 나무의 상처가 아물기 전까지가 가장 많이 흘러내린다. 어디 그 뿐이랴.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맛깔진 포도주가 되기 위해서는 철저히 부서지고 으깨어져야 한다.

  예수님 자신이 이런 운명을 사셨다. 십자가 나무 위에서 피 흘리는 참혹한 고통을 통하여 인류의 구원을 위한 포도주가 되셨다.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에서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내 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가 하느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포 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마르14,25)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 자신인 참포도나무에서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서 마실 새포도주가 빚어진다.

  하느님과 인간이 이루는 일치의 기쁨과 행복을 십자가의 성요한은 이렇게 설명한다. “향기로운 포도주를 마심은 하느님과의 친교가 영혼 전체 안에 실제적으로 펼쳐지는 것이며 영혼이 하느님 안에 변화되어 사랑하는 님(하느님이 나를 당신의 사랑 안에 두시고 당신의 사랑으로 마시게 하신다”(영적찬가26).


  어떻게 이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인가?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너희는 내 안에 머물러라!” 하고 여덟 번이나 반복해서 호소하신다‘ 내 안에 머물러라!(4절)’는 말씀은 바로 기도생활의 중요함을 우리에게일깨워 주신다. 기도란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을 하느님께 청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주님과 함께 살려고 하는 신앙 행위가 되어야겠다. 이는 주님이 내 안에 머무르시도록 주님의 말씀을 내 안에 모시는 데서부터 시작된다(7절).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의 정신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음미하고  기억하고 갈망하고 관상할 때, 우리는 주님 안에 머무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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