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한지 일주일되었습니다. 산수유, 목련이 피네요. 꽃과 나무, 자연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순수한 영혼을 지녔던 미카엘이 떠난지 3주째가 되었네요..미카엘이 간 날은 모처럼 눈발이 흣날리던 날이었지요...
나이들어서 자서전을 내고 싶다던, 어려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있어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누구보다도 좋은 아빠가 되고싶다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가 신조였던 사람, 제비꽃을 좋아했던 사람,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즐겨불렀던 사람, 살면서 반찬투정한번 안하고 무엇이든지 맛있게 먹어주던 사람, 한번 사준옷은 찢어질때까지 입었던 사람, 산을 사랑하고 왠만한 나무이름 꽃이름은 다 알고 있던 사람...하루하루를 즐겁게 생을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미카엘이 지금 제곁에 아이들 곁에 없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영혼이 맑았던 미카엘...평소에 병원에 잘 가질 않았던 미카엘이 이렇게 허무하게 갈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것이, 날벼락을 맞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요?
광주에서 2년생활을 마치고 아이들과 이젠 같이 모여 살게 되어서 좋다던 미카엘이 합친지 일주일만에 우리곁을 영영 떠나버리니 세상이 모두 변해버렸습니다.
모두가 그대로인데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이 닥쳐왔을까요? 왜 앞만보고 열심히 살아온 미카엘에게 이런일이 닥쳤을까요?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저에겐 너무도 무거워서 질수가 없는 십자가입니다.
한마디말만 하고 갔어도, 수술한번 해보고 갔어도, 치료만 좀 받다가 갔어도 제가 이렇게 억울하지도 않을것 같습니다. 솔직히 너무 억울하고 억울합니다. 미카엘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주셨다가 데려가셔도 늦지 않을텐데 왜 이렇게 손한번 못쓰게 만들어서 데려가 버리셨는지 그분께 묻고 싶습니다.
다들 시간이 약이라고 하시지만 전 하루하루가 너무도 힘들기만 합니다. 아직 철이 없는 아이들과 어떻게 이 세파를 뚫고 나가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솔직히 기도도 안되고 원망하는 마음만 생깁니다.
미카엘이 7년전 부활절때 영세를 받으면서 그렇게 좋아했는데....그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드리고 묘지를 묻힐줄 그때 누가 알았겠습니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불쌍한 사람입니다. 한 십년 살면서 잘난 저 만나서 주말부부만 3번이나 하고 이제사 합쳐서 잘 해줄려고 마음먹었더니 그 복도 없어서 서둘러 먼저 가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저보고 불쌍하다고 하시지만 전 그 사람이 불쌍해서 미치겠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한푼도 쓸줄 모르고 가족밖에 모르고 일밖에 모르고 남들처럼 살아보겠다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던 사람인데요...
제가 죽게 만든것 같아서 자책만 들뿐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아빠를 빼앗은것 같아서 미안하구요. 80넘은 노부모께도 생때같은 아들을 빼앗은것 같아서 미안할 따름입니다. 이 죄책감속에서 영원히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미카엘에게 속죄하는 맘으로...그래서 세월이 빨리빨리 갔음 좋겠습니다.
20기 동기 여러분!
그동안 연락도 제대로 못드렸던 저를 위하여, 우리 미카엘가는 길에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유별나게 정이 너무 많아서 형제간에도 사업상 동료들사이에서도 친지들사이에서도 칭찬을 많이 받았던 미카엘이어서인지, 정말 많은 분들 덕분에 편안히 주님품으로 갔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