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빨리 갈 줄 알았더라면
걸풍/김형풍
그렇게 빨리 갈 줄 알았더라면
그냥 마음대로 뛰어 놀도록 내버려나 둘 걸,
어른들 말씀 잘 듣고, 인사 공손히 잘 하고,
그래야 앞 으로 훌륭한 사람 된다고,
그렇게 알아 듣도록 일렀는데,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청천 벽력靑天霹靂 같은
세월호의 참변을 당하고 보니
이젠, 어른으로서 할 말이 없게 됐구나,
그렇게 빨리 떠날 줄 알았더라면
시도 때도 없이, 공부 해라,공부 해라,
거듭되는 잔소릴 하지 말 것을,
한참 발랄하게 뛰어 놀, 꽃다운 나이에
제대로 한 번 마음 놓고 뛰어 놀지도 못한 채
꽃봉오리 피어 보기도 전에,
공부에 시달려 지친 몸으로
그렇게 빨리 떠날 줄이야,
그 누가 꿈엔들 생각이나 하였겠나,
감당할 수 없는
이 끔직하고 엄청난 해난 사고를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질 수가 있다는 말인가,
맹골수도 해역에서 끝내 가라앉고 만
세월호의 칠흑 같은 암흑 속에 갇혀있는,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어른들을 용서치 말아라,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땅을 치고 가슴을 치며
기진맥진 지친 몸으로 울 부짖는
엄마들의 절규가 진도 앞바다를 맴돌아
메아리되어 들려 온다.
얘들아!
어른들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제와 백 번을 후회 한들 무슨 소용이랴만
그저 미안 하다, 정말 미안 하다
정말로 미안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