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이 남기는 흔적들
걸풍/김형풍
바람은,
제 멋대로 구름을 데리고 논다
바람이 밀고 당김에 따라
구름을 고요한 연못에 빠 뜨리기도 하고
낮고 높은 산 가리지 않고 넘나들며
산 허리에 걸터 앉게도 한다
바람은,
구름으로
푸른 하늘 도화지에 물고기도 그리 놓고
날으는 새들도 만들고,
부웅 떠 있는 솜 뭉치를 만들어
풍선 처럼 날리기도 하고,
달빛 아래 토끼가 절구질 하는
그림도 그려 놓는다
비람은,
강열한 태양을 막아주는 구름을
흩어지게 하여 가뭄을 땅에 내리고
모든 작물을 말라 죽게도 하고,
그러다가 심술이 나면
흰 구름에 먹칠을 하여
비를 몰고 다니며
제 멋대로 아무데나
물 폭탄을 퍼붇기도 한다
가뭄에 단비는
구름이 내리지만
그 구름은
바람이 몰고 다닌다
바람은,
바람의 신은,
강력한 태풍을 일으켜
육즁한 바다를 뒤집어
바다 한 복판에 섬도 만들고,
쓰나미와 허리케인을 몰고 다니며
인간이 감당할 수 없도록
엄청난 재앙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고요히 잠든 바람은
그늘밑에 미풍을 보내주고
물쿠는 듯한 찜통 더위에 없어서는 안될
잠잘 때 불어주는 시원한 선풍기가 되어 주기도 한다
구름은
어짜하여
바람 없이는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일까
구름의 무게를 영 알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