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망각
김형풍/암브로시오
만약에 망각의 은혜를 받지 못했다면
아마도 지금쯤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미련스럽게 신세 한탄만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찌감치 모든 것을 다 내려 놓다 보니
망각의 은사를 받게 됐고 그 은덕으로 무한 감사를 누리며
삶의 여유를 찾게 된 것이다
그대들이 파산자의 속내를 어찌 알겠는가
모든 것을 내려 놓지 못하고 그냥 끌어 안고 속을 끓였다면
아마도 지금 쯤 정신 병동 한 구석을 차지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것을 다 잃고
새벽별 보고 집을 나가고 달을 보고 귀가를 했던
헤어나기 힘들 정도로 마음 속 깊이 생겨난 상처,
가슴 아픈 모든 일을 잊으려 해도
그게 어디 사람 맘대로 되는 것인가,
헌데 거짓말 처럼,
골치 아픈 모든 것들이 언젠가 부터 생각이 잘 안난다
감히 말 하건데 망각의 은사를 받은 것이
틀림 없는 것이다.
망각의 은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산업 역군 시절도 모두 다 잊어 버리고,
만신창이 상처가 되었슴에도
그 상처 다 잊고 지금 건재 할 수 있는 것은
망각의 은헤를 입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