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죽어야지
김형풍
늙으면 죽어야지,
이 말은
내가 어렸을 적에
늙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로부터
들었던 말로,
특히
우리 할머니로부터
지주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이제
내가 나이 팔십이 넘다 보니
그 말을 내가 자주 써먹고 있다
깜빡깜빡
까먹고
멋쩍은 듯이
그냥 씩 웃어넘기며
할머니가 되어버린 아내와
교대로
자주 써먹는 소리가 된
늙으면 죽어야지,
오늘은
우리 고유의 명절
설로
고향 찾아가는 길인데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이다
지갑 속엔,
주민등록증과
신용카드 두 장과
출금 체크카드 넉 장,
일만 원권 지폐
열여섯 장이 들어있다
나는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어
아들이
이미
고향인 온양온천행
11시 표를 예매하였기 때문에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는 길이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아내와 함께
가기 때문에
돈 한 푼 없는 빈털터리라도
걱정은 없지만,
비켜 갈 수 없는 나이
건망증이 심해지는 황혼이니
그저 그러려니 하면 되는지,
날이 가면 갈수록
"늙으면 죽어야지"소리가
너무 자주 나오고 있으니
참으로 큰 일이다.
어쩌면 좋을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