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죽어야지

2017. 1. 28. 오후 8:47:16

글자



늙으면 죽어야지

김형풍


 


늙으면 죽어야지,

이 말은

내가 어렸을 적에

늙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로부터

들었던 말로,


특히

우리 할머니로부터

지주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이제

내가 나이 팔십이 넘다 보니

그 말을 내가 자주 써먹고 있다


깜빡깜빡

까먹고

멋쩍은 듯이

그냥 씩 웃어넘기며

할머니가 되어버린 아내와

교대로

자주 써먹는 소리가 된

늙으면 죽어야지,


오늘은

우리 고유의 명절 

설로

고향 찾아가는 길인데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이다

지갑 속엔,

주민등록증과

신용카드 두 장과

출금 체크카드 넉 장,

일만 원권 지폐

열여섯 장이 들어있다


나는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어

아들이

이미 

고향인 온양온천행

11시 표를 예매하였기 때문에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는 길이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아내와 함께

가기 때문에

돈 한 푼 없는 빈털터리라도

걱정은 없지만,


비켜 갈 수 없는 나이

건망증이 심해지는 황혼이니

그저 그러려니 하면 되는지,

날이 가면 갈수록

"늙으면 죽어야지"소리가

너무 자주 나오고 있으니

참으로 큰 일이다.

어쩌면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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