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열매
김 형 풍
옛날 기생집
술상에는
은행이
반드시 올라와 있었다
그 이유인즉슨
삼십 리 밖에서도
수꽃술이
암꽃술을 찾아온다 하여
은행(銀杏)은 본시
남성 정력제라고
일컬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은행이
낙과(落果)로 떨어진
열매가 되어
대한민국 한복판
종로 거리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낙과(落果)로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가
구둣발에 짓밟히면
지독한 구린내가 나기 때문에
거리의 악취 범
취급을 받고 있다
악취를 풍긴다는 민원이
쉴 새 없이 접수되는 바람에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가지를 흔들고
긴 막대기로 두들겨
열매를 떨어트리고
가지가 강제로 잘리고 있다
아무래도
은행나무 대신
이팝나무나 벚나무 등
열매 없는 수나무로
가로수가
바뀔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