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泄瀉)
김형풍
어떤 놈이 주범인가?
설사에 걸리게 한
그 무서운 세균(細菌)을
옮겨온 주범이
대체 어떤 놈이란 말인가,
어제 오후 네 시경에
좋아하는 시인들과의
약속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두 시나 되어
늦게 점심을 먹게 된 것이
속이 덥수룩하고
거북한 느낌이 들었던 터라,
시인들과 만난 술자리에선
막걸리가 당기지 않았다
차라리
점심을 건너뛰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평소 나답지 않게
막걸리 한 병을 갖고
질질 끌었다
친구들은
안주로 나온
아귀찜이 맛있다며
밥 두 그릇을 비벼서
저녁 식사까지
거뜬히 해결했지만
나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오늘 아침
식탁에 올라온 반찬으론,
배추김치가 두 가지
총각김치에 깍두기
메추리알에 소시지
오이지 물김치와
무잎새 삶아 무친 나물
등푸른생선 고등어조림
그리고
끓여 놓은 지
하루가 지났나(?)
하여간에 국물 등,
세 가지면 되는데
두 늙은이 반찬치곤
너무 많은 것이
병이라면 병이다.
오늘 점심은
떡국 떡을 넣고 끓인 라면에
반찬으론
배추김치 두 가지
깍두기 등이다
분명히 이 가운데
설사를 일으킨 주범이 있는데
도무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내 생각엔
어제 급하게
꾸역꾸역 먹어친
점심이 문제인 것만 같다
오늘 점심을 하고
콧물이 자꾸만 나오기에
이비인후과에 다녀올 참이였는데
점심 후에 바로
설사가 좌악 짝
너댓차례
쏟아지는 바람에
정노환 여섯알을 복용하고
잠시 누워 편히 쉬고 말았다
그 바람에
이비인후과에도 못 가고
계속 훌쩍이는
콧물을 닦느라
휴지만 없애면서,.../
도대체
설사의 주범은
어떤 놈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