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어떠리
김형풍
우리 부부는
나이 먹으면 먹을수록
날이 가면 갈수록
정이 사록사록 더 들고
어찌 보면
측은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살림에도
단 한 번도
찡그리는 것을 볼 수가 없으니
천사가 따로 없다
먹을 쌀
늘 떨어지지 않고
많지는 않지만
용돈 늘 떨어지지 않고
아이들 속썩이지 않고
추운 겨울철
춥지 않게
방바닥 따듯하고
비록 협소하지만
아늑한 서재도 갖추어 있고
잠자리 포근하니
더 바랄 게 뭐 있겠나,
다만,
한가지
날이 갈수록
두 늙은이
약봉지만 자꾸 늘어나고 있으니
건강이 걱정인데
나이 80 되어
병과 함께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저 노환이려니 하면 되는 것을
뭐 그리 끙끙거릴 필요가 있나,
식탁에서
서로 바라보며
밥 꼭꼭 씹어 먹고
말하기를
우리 이제 더 아프지 말고
마음 다 비우고
한느님 의지 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그냥
이 정도로만
살아가도록 하십시다
우리 이만하면
행복하지 않소?
내 말에 끄덕이는
할망구의 표정이 천사처럼
아름답게 맑아 보여
정말로 좋다
인생 나그넷길
어머니의 소우주
자연에서 태어나
잠시 다니러 왔다가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인생 여정
이 정도면
부러울 것이 뭐가 있겠나,
착한 아이들
걱정되지 않게
오래 사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즐겁게
살아 가도록 하십시다
뭐 이만하면 된것 아니오
나는 참으로 행복 하오
당신은 어떠하오?
나도 참 행복해요,
나에게 너무 잘해 주시어
당신이
정말로 고맙게 생각을 합니다
사랑이 듬뿍담긴
아내의 복스러운 얘기에
그저 흐뭇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