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농부가 농사철이 되어 열심히 밭갈이를 하였습니다.
잠시 쟁기를 뒤로 하고 쉬고 있는데 어디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바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으니 아주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나직이 그 바람 속에 실려 있는 것입니다. 시원한 바람에 아름다운 노래까지 들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농부는 생각하기를 저 동구 밖에서 누군가 노래를 하는가 보다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며칠을 두고 밭일 할 때도 가끔씩 시원한 바람 속에 노래가 베어 흘러 들어왔습니다. 누가 그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그 시원한 바람 속에 부르는가 참으로 궁금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그 마을에 사는 여러 농부가 같이 들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 마을의 농부들은 바쁜 농사철이 좀 지나자 그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들리는 동구 밖 저 너머로 함께 가기로 하였습니다.
마을 앞 내를 지나 나지막한 산을 2-3개를 건너보니 무덤 하나가 있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기에 분명히 노래 소리는 이 무덤에서 오는 것 같은데 무덤에서 노래할 리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덤을 좀 더 지나치려니 조그만 수녀원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농부들이 그 수녀원에 들어가 누가 그렇게 노래를 잘 하는가 물으니 아무도 낮에 노래하는 수녀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얼마 전에 부엌일을 하던 주방 수녀가 늘 주방에서 일할 때마다 자주 성가를 불렀는데 나이가 많아 바로 얼마 전에 돌아가셔서 수녀원 앞에다 묘를 쓰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가끔 지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묻는다고 합니다. 누가 지금 노래하고 있느냐고요?
원장 수녀님의 부가되는 설명은 그 수녀님은 평생 부엌에서 일하시면서 한 번도 불평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늘 기쁘게 그 소임을 하셨고 또 노래를 너무나 좋아하셔서 일하면서 성가를 자주 부르곤 하셨답니다. 아마도 그 노래 소리가 무덤까지 따라 가지 않았는가 하고 웃었습니다.
평생 수녀원에서 숨어서 작은 일에 충실히 임하고 기쁘게 생활했던 한 노인 수녀님의 모습을 하느님의 천사가 세상에 알리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이 세상에서 자랑하지 않고 오히려 맡겨진 소임에 충실하며 성모님의 군사로서 그 모든 아름다운 결과를 성모님과 예수님께 돌려드리는 신앙으로 임해야 하겠습니다. 굳은 일에 나서고 대접받기 보다는 남을 대접할 줄 아는 성모님의 자녀가 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