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해 연중 제 1 주간 목요일 2007. 1. 11. 토평동
히브 3, 7-14. 마르 1, 40-45.
오늘의 치유 장면은 제가 신약성서에서 감동적으로 여기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단지 짤막한 장면 속에서 예수께서 불쌍한 나병환자를 치유하셨다가 아니라 그분의 넘치는 사랑을 볼 수 있고, 한 사람의 깊은 믿음(아직 신앙이라 하기엔 자신의 주님으로 고백하지 않기에 믿음이라 한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 40)
그가 예수께 다가와 무릎을 꿇고 하는 이 말은 죽음을 각오한 믿음의 표현입니다. 나병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주받은 인생의 표본이 되어야 했던 사람. 하느님을 믿고 있음에도 하느님에게마저 버림받았다는 욕을 먹어야 했던 사람. 그런 그가 아예 죽음을 무릅쓰고 예수 앞에 나아옵니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예수님과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나병환자. 그가 예수 앞에 나아올 때 죽음을 불사한 것이고, 오로지 이분밖에 없다, 난 죽을 수도 있다 하는 마음을 가진 것이죠.
이것이 우리의 신앙이어야 합니다. 받아줘도 그만, 안 받아줘도 그만. 신앙인이니까 한 번 기도한다가 아니라 정말 이분밖에 없다는 믿음이 우리에게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사람이 놀라운 것은 “하고자 하시면”이라는 표현입니다. 이 말은 종종 9장에서의 악령들린 아이의 아버지의 고백인 “하실 수 있다면”(마르 9, 22)이라는 고백과 비교됩니다. 둘다 낫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은 같으나, 후자의 “하실 수 있다면”은 주님께 온전히 믿음을 고백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예수께 꾸지람을 듣죠. 그러나 이 나병환자의 고백은 놀라운 신앙 고백입니다. 네가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절합니다. 저는 죽음을 무릅쓰고 왔습니다. 너무나 애타게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소서. 제가 바라는 것이 있으나, 당신이 하고자 하시면 이루어지는 것이니 당신의 뜻이 무엇인지 보이소서.
바라는 것이 있어 왔으면서도 주님의 뜻에 자신을 맡기는 이 믿음. 아! 눈물이 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뉘라서 이렇게 고백할 수 있을지. 바라는 것을 말하십시오. 더 크게, 더 간절히, 죽음을 무릅쓰듯 간절함으로. 그러나 마지막은 주님께 맡기십시오. 당신의 뜻은 더 큰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이 있을지.
예수께서는 이 마음을 모를 리 없습니다. 예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십니다. 이 말은 분노와 측은함을 동시에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즉 예수께서는 이렇게 아파하는 사람을 격리시키고, 구원에서 제외시킨 세상에 대해 분노하시는 것입니다. 더 사랑해야 할 대상에게 더 사랑을 주기는커녕 벼랑으로 몰고 간 이들에 대해 분노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단순히 마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하나가 되는 일치를 보여주시는 것이죠. “내가 하고자 한다.”(마르 1, 42) 그렇습니다. 그분은 하고자 하시는 분이시죠. 늘 해주고 싶어 하시는 분. 그 마음을 우리가 반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예수님께서는 손을 내미십니다. 이 말은 손을 편다는 말이 내포된 말이고, 마음을 열어 그와 하나가 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손을 대시는데, 이 말 역시 단순히 댄다는 뜻이 아니라 어루만지신다는 뜻이 내포된 것이죠.
여러분, 이 상황을 묵상해 보십시오. 이 나병환자는 단순히 육적인 치유만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영적인 치유를 받는 것이죠. 다들 만지기는커녕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게 했던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이름 난 선생이 자신에게 온 마음, 온 몸으로 사랑을 나누어 주십니다. 이것으로 그는 영육으로 치유를 받습니다. 이것이 영육의 치유입니다.
우리는 이 예수님의 모습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분처럼 그 사랑을 보여야 합니다. 나병환자처럼 그 믿음을 본받으며, 예수님처럼 그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참으로 감동적인 만남이고, 이야기입니다. 이 복음을 들은 오늘, 저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아멘. |
다해 연중 제 1 주간 목요일/그분의 넘치는 사랑 - 조성호 신부님
2007. 1. 12. 오후 10:17:26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