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대림 제 2 주간 토요일./나를 찍어 그분 앞에 겸손되이 머리를.. - 조성호 신부님

2006. 12. 16. 오후 6:47:44

글자

다해 대림 제 2 주간 토요일.

2006. 12. 16.

토평동.

집회 48, 1-4.9-11.

마태 17, 10-13.

저는 구원에 대해서 자주 말합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상한지는 모르겠으나, 고3때 영세를 하고 줄곧 신앙생활을 하면서 제가 보게 되었던 신부님들은 구원에 대해서 그리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하기 때문일까요? 그러나 사랑하면서도 당연히 사랑한다는 이유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메마른 관계를 가진 부부가 얼마나 많습니까? 저는 내가 구원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이것은 물론 주 예수를 믿고 따르는 삶이 담겨진 고백이다), 이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이 미사에 오신 여러분, 주 예수를 믿으니 구원을 받습니다. 아니 구원에 있습니다. 아멘.

그러나 우리는 이쯤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미사에 참례하니까, 내가 이만큼 기도하니까, 내가 이런 삶을 살았으니까, 나는 구원을 받는다. 이 마음은 고쳐야 합니다. 구원은 내가 사는 것이 아니죠. 그것은 미신입니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당신은 들어주셔야 합니다. 미신입니다. 그런데 우리 중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교환이 아니라 우리는 지극히 높으신 주 하느님을 경배하는 마음으로, 그분 앞에 한 없이 작은 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는 마음으로 미사를 드리고, 기도하고, 내 삶을 바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 마음으로 주님 앞에 나아와 겸손하게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파나마의 벨리엔테 인디언(벨리엔테족)은 하느님 앞에 예배하기 위해 엎드리고 있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하느님 앞에 자기를 베어 넘기는 것”이라고! 이 말은 삼림(나무가 웅장하게 우거진 숲을 그려보라)의 나무들이 나무꾼의 도끼에 찍혀 그 우람하고 큰 나무가 큰 소리를 내며 쓰러져 넘어지는 모양을 본 뜬 말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을 바라볼 때 나의 모습은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데, 그때 너무도 빳빳했던 나 자신- 그래서 도저히 넘어질 것 같지 않은 거목으로 당당하고 우람했던 모습-을 마치도 도끼로 찍어내듯 주님 앞에 쓰러져 조아리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세웠던 나 자신이 이렇게 주님 앞에 서서 끝장내는 듯 조아리는 것, 이것이 신앙이고, 예배입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자신의 빳빳함을 주님 앞에 쳐내지를 못했습니다. 자신의 고집, 편견을 찍어내지 못했기에 예수를 보지 못했고, 앞서왔던 엘리야를 보지 못했습니다. “엘리야가 이미 왔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습니다.”(마태 17, 12) 이것은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우리 역시 나 자신을 찍어내지 못한 채 빳빳한 채로 주님을 바라본다면 도무지 그분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내가 만들어낸 모습일 뿐입니다. 주님의 피조물인 내가 주님을 만들어 내 숭배하고 있다니….

구원받은 여러분. 구원은 해방된다는 것이고, 풀어진다는 것입니다. 풀어주는 주체가 계시고, 해방시키는 주체가 계신다는 말입니다. 그분께 나를 맡겨야 합니다. 마치도 오랜 시간 그래왔다고 그것이 옳다고 우겨대는 모습이어서는 안 됩니다. 맡겨야 합니다. 나를 찍어 그분 앞에 겸손되이 머리를, 삶을 조아려야 합니다. 이것이 신앙이고, 이것이 대림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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