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있어야 할 자리[임현택신부님]-/ 대림3주일

2006. 12. 16. 오후 6:35:23

글자
 

내 책상 위는 늘 어지럽다. 온갖 잡다한 서류와 책으로 책상(冊床)이 책산(冊山?)이 되고 만다. 그래서 한 달에 한번 대대적으로 정리 작업을 하지만 늘 그때뿐이고 금세 서류가 또 쌓이고 책과 자료들로 넘쳐난다. 혼자 살기에 망정이지 늘 잔소리에 시달렸으리라.

예전에 보좌 신부를 할 때 청년 집에 저녁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말이 초대지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하러 갔는데, 녀석의 방을 들어가 보니 너무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오늘 손님들 온다고 열심히 청소 했구나?” “아뇨. 늘 이런데...”  궁금했다. 어쩜 이렇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고 깨끗한 방을 유지 할 수 있는지... “그래? 그 비결이 뭐니?” (나에게는 적어도 ‘비결’이였다.) “비결요? 그런 거 없고요. 음... 그냥 각각 물건의 위치를 정하고요 그 물건을 쓰고 나면 다시 그 자리에 갖다 놓는 거예요. 그럼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어요.” 뭐 대단한 비결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일리가 있는 얘기였다. ‘각각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맞는 얘기다.

저녁에 내방에 들어와보니 가관이었다. 그래! 있어야 할 자리로 옮겨보자! 책은 책꽂이에, 옷은 옷장에, 빨래는 빨래통에.. 얼추 정리가 된듯하지만 아직도 부산하다. 왜 그럴까? 주인 맘대로 때론 책상에, 소파에, 탁자에, 재수 없는 날은 화장실에 헤매고 다니던 물건들이 ‘전 원래 정해진 자리가 없는데요?’하며 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물건들도 많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것들도 많았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 어디 내 물건들뿐이겠는가? 흐트러진 내 마음, 내 영혼, 내 육신은 있어야할 그 곳에 있었던가?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 된지도 벌써 3주가 흘렀다. 우리가 매년 첫머리에 이런 저런 정리를 하고 계획을 세우듯 한해를 돌아보며 난 제자리에 있었는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는지 아님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였는지, 되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지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느님의 아들딸로 그 자리에 있었는지, 사제 수도자라면 있어야 할 그곳에 있었는지,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엄마로서 그 자리에 있었는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면서 궁색한 변명과 과장된 치장만 하지는 않았는지….

이제 곧 예수님이 오신다. 그분께서는 늘 필요한 그 자리에 계셨다. 가난하고 병든자를 위해 세상에 계셨고, 세상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위에 계셨고, 구원의 완성과 희망을 위해 부활의 모습으로 계셨다. 그분은 언제나 늘 항상 있어야 할 그 자리에 계셨다.
난 지금 어디에 있는가? 주님이 물으신다.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

“모든 것들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는  ‘~ 다울 때’ 입니다. 개나리꽃은 개나리꽃다울 때, 장미꽃은 장미꽃다울 때 가장 아름다운 꽃이 됩니다. 아름다움은 일부러 꾸미고 변화시키려 할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며 충실할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들이 먼저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애써 꾸미려 하지 마십시요. 내가 있어야 할 자리, 내 모습에 충실할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임현택 신부 | 교구 사무처 차장, 전산·홍보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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