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함께 모인 가족들은 몇마디 서로 나누다
주일오전 내내 오후까지의 피곤함을 견디지못함인지
아버지는 작은방 뜨건바닥에 누워 드르릉 쿠울~
아들과 딸은 거실 카페트위에 드러눠 잠들었고
시어미와 며느린 사무실 절절 끓는 바닥에 등깔고
드러누워 깜박 깜빡 몰아치는 오수를 견디지못해
애꿎은 눈만 떴다 감았다...
왜냐믄... 말썽꾸러기 리노를 살펴야 하므로...
우리가 성가 연습 하고오는 동안 꼬맹이는 고모와
한숨 늘어지게 자고일어났으니까...
다시 잠들고 싶진않고 사무실 온 서랍열어 문방구며
서류들이며 다 끄집어 낸다.
엄마는 그러면 안된다고 야단쳐대지만..
할매는 드러누워 입만 겨우 움직이며
`리노야~이 괜찮다 다 갖고 놀아라~이..
아이는 풀 대여섯개를 다 꺼내어 뚜껑을 열곤
뺑뺑 잡아돌려 온 노트장마다 다 발라대며
좋아라 한다..
틀리면 안될 숫자들을 적은 빼곡한 노트장들이
풀기운에 척척 들어붙지만....
나도 몰라 ~ 귀찮아 지 엄마가 알아서 하겠지 뭐~
에구 잘노네 우리 리노...
`함~머니.. 가위 어딧쩌요?
`가위? 음 그거는 할부지가 손다친다꼬 엇다 숨겨논기라
나중에 하부지한테 달라고 하자`응?
(순전히 팍삭 늘어져 일어나기 싫은 할매의 임기응변)
아이는 서랍하나를 열어제끼더니 오렌지색 길다란 가위
한개를 집어올리며 씨~익 또 살인미소를 날린다.
가지고 놀겠다고...
`그래 리노야 종이 자르고 놀아라... 아! 잘한다 잘해`
아이는 무엇을 하는지 연신 자르고 그리고 칠하고
의자위를 오르락 내리락.... 부산하다..
그래도 우리 고부는 뜨지지않는 눈을 한쪽씩 번갈아 떠가며
행여 아이가 긴급상황을 몰고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피곤속에 잠겨있다. 자지도 못하고 일나지도 못하고...
그냥.... 비.몽.사.몽...
갑자기 후다닥 일어나는 며느리
`어머니 배가 고파서 도저히 잠을 못자겠어요...
밥이라도 먹어야겠어요` ..... 덜거덕 덜거덕...그릇부딪히는 소리
`리노야... 하부지도 깨우고 아빠도 깨우고 고모도 깨워라 가서
밥묵고 경찰차 사러 가보자`
아이는.. 경찰차 소리만 듣고도 쿵쿵쿵쿵 거실을 달리고 또 달려
아빠부터 깨워대는지 요란하더니
으~앙<<<< 울고 불고 난리가 아니다.
`함머니~이 앙!! 함머니~이 앙아아앙 함머니~이`
와~우! 우리 꼬맹이 고새 할매가 지 편임을 또 9단의
지혜로 터득했는감...
아빠가 야단쳤다고 엄마도 고모도 아니고 할매만 찾으며
쫒아 오는거 보면...
일 나기 귀찮아서 풀이든 가위든 볼펜이든 다 니맘대로 하세요
하고 내비 뒀더니 요 꼬맹이 할매는 무조건 지편이라 인식했던거지..
할부지는 투덜투덜... 한숨 더자고 딸래미 서초동에 데려다 줄건데
깨웠다고...
낮에 카레라이스를 두그릇을 먹고 거기다 누룽지 숭늉까지 한사발
먹은게 아직도 소화가 안돼 죽겠는데 밥은 무스~은...
할매도 사실 카레한그릇 반은 족히 먹은게 저녁을 굳이 안먹어도
될건데 우짜노... 얼라 가진 며느리가 배고파 죽겠다는데..
귀찮은께~ 그냥 착한 낙지네 갖다가 리노 경찰차나 사러가자며
사리현 낙지네 갔더니..
뭐시가~ 돼지고기 소고기 다올라 힘들다더만 낙지값까지 껑충
같이 널을 뛰고 난리라...
낙지비빔밥 8천원/ 연포탕 탕 탕... 1인분 2만원/
5천원씩 올랐으니 2인분이상이니까 4만원이 기본이라....
칫~ 조용해서 편하게 앉아 놀다 가곤했는데...
여기도 인제 못오겠다... 집에 앉아 맹글어 묵든지 해야지...
매운낙지를 땀흘리며 먹다보니 갑자기 며느리
`엄니~ 코피가 나요 왜 그래요?`
`응? 코피는 무신~ 고추장 양념물 아이가?`
쓰윽 닦아보니 옴마! 진짜 코피네.... 참말로 웃긴다..
안하던 성가를 너무 열심히 불러댔나 보네..
코피가 날 정도로....
못말리는 엄마의 집요하고 활활 엎어져버리는 성격이
또 발동했는감... 참~내...
마트에서 카트에 실려 여기저기 구경해가며
연신 소리 질러대는 꼬맹이는 보는것 마다 모두
`내 꺼야 나 사줘~` `나 저거 줘 `
`경찰차도 줘... 기차도 줘.... 포크레인도 줘.... 예쁜 공주인형도 줘..
그래도 자기네 집에 있는 과일세트바구니는 보더니
`이거는 집에 있어` .....ㅎㅎㅎㅎ
가격은 아랑곳없는 꼬맹이 할매를 갈등하게 만드는것도
모자라 연신...`함머니 기차 줘<<<<<!!`
에이그.... 월말에 카드값이 머리통을 아프게 하더라도
우짜노... 눈에 넣어도 안아플 우리 꼬맹이가 달라는데..
`그래 그래... 다 해뿌라 마~`
그제야 입이 헤~ 벌어져 웃는 꼬맹이
지 엄마가 뭐라고 야단을 치든지 말든지 장난감들
꼭 끌어안고 행복해서 콧노래까지 또 흥얼 흥얼...
그래.... 이것이 행복이고 사랑이라면....
다 주어야지....
내 자식들한테는 저 모든것들을 다 안겨줄수 없었는데
이토록 환한 웃음으로 아이의 얼굴을 빠안히 한번
들여다 봐줄 시간조차 없었는데....
엄마 아빠품에 안겨 검정 아빠차를 타고 가는 꼬맹이는
이제 고모도 하부지도 함매도 필요없는가 보다..
순순히 손까지 흔들어 대는걸 보면...
밤9시가 넘어서 할배와 고모와 할매는 또 한차에 몸을 싣고
서초동을 향해 달려가며 내일 새벽을 걱정한다...
2011. 03. 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