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제정 러시아 말기..... 격동의 시기라 불릴만한 시기. 어느 외딴 산골에
카타리아라는 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사소한 기쁨을 주는 존재였으며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좋아
했고 그녀의 행동 하나 하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었다.
그런 그녀에게 사람들은 신의 축복이 내릴 것이라고 입이 마르게 칭송하곤 했
다.
그녀도 어느덧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남편은 곧 전쟁터로 끌려가고 그녀는 홀
로 남게 되었다.
남편은 전쟁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홀로 아이를 낳게 되었다.
피폐해진 마을에서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꿋꿋이 버텨내었다.
아이가 조금 성장하고 대부를 정해야할때 카타리나는 옆집의 이반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할아버지.. 이반 할아버지.. 안계세요?"
"오 카타리나.... 왠일인가? 아이는 잘 크지?"
"아이는 잘 크고 있답니다. 근데..... 한가지...."
"뭐지?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면 들어주겠네.."
"아이에게는 대부가 필요하답니다. 아이의 대부를 해주시겠어요?"
"허허.. 좋지.. 아이 이름이 뭔가?"
"미하일이에요"
이반 할아버지는 그윽한 눈빛으로 카타리나의 품에 안겨있는 미하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하일.. 이제부터 내가 너의 대부란다. 허허... 내 대부가 되었으니 너의 어
머니가 원하는 소원하나를 들어줘야겠구나..."
"예?...."
"허허..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소? 내가 한번 들어주리다..."
"훗.. 이반 할아버지도..."
카타리나는 믿지는 않았지만 미하일의 대부에게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에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돈을 많이 버는 아이?.. 돈이 미하일에게 전부가 아니지.. ’
카타리나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미하일이....... 사랑을 받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사랑을 받는 아이?..... 그외에 아무것도 없나?"
"아버지가 없는 미하일에게 필요한것은 사람들의 사랑일 것입니다.. "
"알았네.."
이반 할아버지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가 미하일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고 다시
얼굴이 활짝 펴졌다.
"미하일.. 너는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될꺼야..."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러시아도 어느덧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었고 농촌에까지
그 영향이 조금 미쳤다. 카타리나의 살림도 조금 나아졌다.
미하일은 이반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무럭 무럭 받으며 자
라고 있었다. 미하일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동네 아낙네는 없었으며 한번쯤 귀
엽다고 보듬어주거나 삶은 감자를 주곤 하였다.
카타리나는 이런 광경을 흐뭇한 듯이 바라보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날
바람이 불면 들판의 초록빛이 묻어버릴 것 같은 초여름의 어느날 미하일은 동네
의 안나와 함께 놀고 있었다.
"미하일... 너는 정말 사랑스러워.... 나에게 뽀뽀해주지 않겠니?"
"칫.. 내가 왜 너한테 뽀뽀해줘야 하니?"
"이거 우리 엄마가 죽으면서 나에게 준 반진데 너 가져"
"와. 이거 금반지 아냐? ...... 내가 뽀뽀 해주면 줄꺼야?"
"응"
"좋아."
미하일은 눈은 온통 반지에만 쏠려 있는 상황에서 안나의 입술에다 메마른 뽀뽀
를 하였다. 그리고 자기는 반지를 얻었다는 기쁨에 안나를 팽개쳐두고 집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카타리나는 미하일의 이기적인 행동에 놀랐다.
카타리나는 마하일의 행동을 조금 고쳐줘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미하일. 이리오렴."
"왜요 엄마?"
"오늘 안나에게 잘못하지 않았니"
"엄마. 그건 안나가 뽀뽀를 해주면 반지를 주겠다고 했어요."
"그래도 말이다. 안나에게 사랑으로 대해줘야지. 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어떻하니?"
"에이... 엄마... 죄송해요 담부터안그럴 께요.."
미하일의 사랑스런 표정을 보고 카타리나는 더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엇다. 번번
이 고쳐야한다고 생각을 해도 미하일의 사랑스런 얼굴을 보면 뭐라고 할 수 없
었다.
어느덧 미하일은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 마을의 처녀들은 모두 미하일을 흠모하
고 있었다. 젊은이의 치기로 미하일은 바깥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다.
미하일은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를 사랑하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하고 러
시아 수도로 입성했다.
미하일은 순식간에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러시아 사교계의 스타로 떠오르는 것
은 시간문제였다.
그러면서 미하일의 맑았던 영혼은 점점 물들기 시작했다. 상류층의 퇴폐적인 문
화가 미하일의 영혼을 좀먹었던 것이었다.
어떤 누구도 미하일을 보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미하일은 다른 친구
의 아내의 마음도 순식간에 뺏어버리기 일쑤였고 부정한 짓을 저지르기도 하였
다.
또 그를 사랑하는 친구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 유흥비로 탕진하기 일쑤였고 물론
갚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친구조차 미하일을 미워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사교계의 생활이 조금 싫증날 무렵 그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배를 타보니 눈덮인 설원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너무도 하얀눈... 미하일은
잠시 향수에 젖는 듯 하였다. 고향에 사람들은 그대로 있는지 어머니는? 이반
할아버지는?
사념에 잠겨있는 미하일의 시야에 하얀 설원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미하일을 순식간에 매료 시켰다.
미하일은 여때까지 인생을 살면서 사람들이 그를 일방적으로 좋아하기만 했지
자신이 이토록 끌리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전 미하일이라고 합니다."
".........."
여자는 말없이 그를 뒤로 한채 사라졌다.
미하일은 충격이었다 그를 처음에보고 호감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니!!!
마하일은 그녀의 뒤를 여행하는 내내 따라다녔다.
그럴 수록 그녀를 가지고자 하는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던 삼일째..
드디어 그녀와 말을 할 수 있었다.
미하일이 그녀의 뒤를 잡아챘다.
"이봐요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은 저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나요?"
"............. 저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하고 있
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저를 무엇보다사랑해주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습니
다. 그래서 당신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흑....."
"................"
미하일은....... 충격이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큰 사랑이라는 게
있었다니.....
어지러웠다. 일생동안 살아오면서 쌓아온 것이 무너져버리는 것 같았다. 자신이
믿고 있었던 자신만의 자신감.. 사랑받는 즐거움.. 모든 것이 다 모래성 처럼
사그러지는 것 같았다.....
그는 중심을 잡지 못했다. 눈은 이미 풀려 있었고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
다.
난간이 그의 몸을 잡아채는 것 같았다. 차가운 북해의 바닷속에 그는 풍덩 빠져
버리고 말았다....
"미하일 일어나라 집에 가야지...?"
"어? 여기가 어디죠? "
"옷이 너무 젖었구나 말리고 어서 집에가라."
미하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자기가 어렸을 때 살다시피한 이반 할아버
지의 작은 벽난로 앞이었다. 자신의 몸은 비릿한 바다냄새로 동요하고 잇었으며
옷은 벽난로에 말려지고 있었다.
"저..전. 바다에 빠졌는데?"
"미하일..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신단다 어서 가야지..."
"할아버지......흑.... 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답니다..."
"너에게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을 부탁한 너의 어머니 탓도 크단다.. 울지마라
아가야.. 나에게 다시 소원을 빌겠니?"
"..............할아버지............... .... 이제....... 이제....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어요.....언제나 그들은 나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전 언제나 사람
들을 미워하고 살앗어요... 그들의 사랑이 버겁기만 했고... 그런 그들이 싫었
어요..그들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을 사랑할 수 없는 제 자신
이... 그런데 그녀를 보고 저도 사람을 사랑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제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더군요......
이제 저도 ....사람들을 사랑하고싶어요... 제 소원은....저를 사랑을 하는 자
로 만들어주세요........"
"미하일...... 분명 너에게는 어떠한 댓가가 따를 것이다... 그래도 하겠니?"
미하일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잠을 자야한다 아가야... 잠을 자는동안 어머니가 널 깨우러 올꺼
다......"
."이놈이야..!!! 이놈.. 이런 놈을 뭐하려 살려?"
"죄값을 받게 해야지.. 이런놈은.. 단숨에 눈을 뽑아버려야 해!!!!"
".... 여.. 여기는?"
미하일이 눈을 뜨자.. 바닷물에 흠뻑 젖은 자신은 갑판위에 누워있었고.. 자기
를 사랑하던 친구들이 무섭게 눈을 부릅뜨고 자기를 삿대질 하고 있었다.
"이놈이 내 아내 하고 배맞아 놀아난 놈이야.. 이런 놈은 아주 물건을 없애버려
야 해.. 비켜봐... 이놈.. 어디 맛좀 봐라 내 아내가 그렇게 탐나더냐?"
"허..억...."
미하일은 하복부에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자기의 아내를 탐했다고 욕을 하던
친구가 자기의 성기를 단숨에 칼로 잘라버린 것이었다...
피가 분수 같이 퍼졌다. 그 피는 미하일의 얼굴에 눈물과도 같이 흐르고 있었
다.미하일은 죽음 보다 더한 고통에 갑판위를 데굴 데굴 굴렀다. 그러나 미하일
은 그 친구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 친구를 이제서야 사랑할 수 있었다...
정신이 ....... 혼......미......해........져.......갔......다.........
미하일은 응급처치를 받고 법원에 회부되었다. 죄명은 사기. 혼인 빙자 강간죄.
등이였고 미하일이 빌려서 갚지 못한 돈은 공동농장에서 40년간 봉사로 판결이
났다.
미하일은 40년동안 혹사당했다.그러나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의 천사같은
얼굴은 시골 농부의 얼굴보다 심해졌으나..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사랑이 흐르
고 있었다.
비록 성기가 잘려서 소변을 볼때는 곤란을 겪고, 고된 농장일에 빈혈로 걸핏하
면 픽픽 쓰러지기 일쑤였지만. 농장에서 새로 사귄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자신의
몫의 밥을 주었으며 사랑으로 그들을 대하였다.
어느덧..... 40년의 세월이 흐르고.. 미하일의 사랑스런 40년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는 이제 60을 훌쩍 넘어스는 늙은이가 되어 있었다...
그는 이제 고향을 가야한다... 40년 동안 그에게 남은 것은 옷 몇가지와 빵두조
각.. 그는 털래 털래 40년전 자기가 뛰어왔던 고향길을 저벅저벅 걷고 있었다.
고향을 가는 길의 풍경은 새삼 미하일에게 다시 사랑의 감정을 불러 일으켜주었
다. 오다가 배고픈 고아 아이들에게 그의 유일한 식량 빵 두개를 주고 옷가지를
입혀주었다..
이제 ......마을이 다다랐다. 마을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조용히 어머니가
계실지 모르는 자기 집으로 향했다.
집근처에 누군가 서성이고 있었다.. 어머닌가?
"어머니세요?"
"........... 미하일이로군...."
"....누..누구?"
"............너에게 준 반지를 되돌려 받을려고..."
"아..안나?"
"..... 이 나쁜놈.. 너에게 준 유일한 어머니의 반지....... 그리고 내 첫키
스......돌려줘..."
"안나.... 우린 너무 늙었어....그리고.... 이제...나에게 그럴 여유가 없어"
"더러운놈...."
안나는 순식간에 미하일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미하일의 늙고 앙상한 손을 잡고 새끼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 손가락이 우리 엄마의 반지를 꼈엇겠지?"
그렇게 말하고 품안에 작은 칼로 미하일의 새끼 손가락을 잘랐다.
"커어억........."
"이제야 조금 후련하군.... 더러운놈.. 지옥에나 떨어져라....."
..... 미하일은...... 눈물이 났다......... 안나가 사십년동안 자기를 저주했
을 거라는 측은함....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미하일의 마음.......
집은 흉가가 되어 있는 지 오래였다...
어머니는 나를 기다리다가 폐렴으로 돌아가셨다고한다..
가는 곳마다 미하일을 반기는 곳은 없었다. 오줌세례나 소금 세례를 받지 않으
면 다행이었다.
.... 미하일은 마지막으로 한집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반 할아버지네 집.......
"띵동띵동"
"누구세요..."
"할아버지 .. 저에요.. 미하일..."
"오 미하일이냐? 왜 이제야 오냐...... 얼마나 기다렸는데..."
"제가 저지른 죄를 다 갚고 오니... 이제야 오게 되었네요.."
"손은 왜 그러냐? 피가 흐르지않냐? 어서 들어와라.."
이반할아버지는 기억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이반할아버지와 비슷한 동년배로 보이면서 할아버지라 하는 미하일 자신이 이상
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래 미하일.... 여기 앉아서 따뜻한 코코아나 한잔 들어라...자 벽난로에 불
을 좀 쐬고.. 후회는 없니?"
"......... 졸려요 할아버지...... 사람들을 사랑한다는게...... 이렇게 행복한
건지 몰랐어요.. 사랑받았던 이십년보다 사랑했던 사십년이 저에게 더 소중한걸
요..."
"졸리냐?.. 미하일?...... 그래 자라.. 어서 자... 그래야지 엄마가 널 깨우러
오실꺼다.. 어서 자라.... 귀여운 우리 아기...."
".......예...... 할아버지.. 너무 졸려요.. 너무..........."
미하일은 순식간에 잠이 들어버렸다.
이반 할아버지의 무릎에는 60살이 훌쩍넘은 늙은이가 누워있는게 아니라. 채 5
살이나 되어 보이는 한 소년이 누워있었다....
미하일은 꿈인지 생시인지 어머니와 이반 할아버지의 대화를 들었다.
"미하일이 여기 있나요?"
"쉿.. 지금 어머니에게 혼났다고 여기로 도망와서 한참 울다가 지금 잠들었습니
다."
"휴....아이가 왜 그리 이기적인지..."
"훗.. 걱정말아요.. 방금 긴여행을 갔다와서 ...사랑받는 아이보다는 사랑할줄
아는 아이로 클겁니다...."
"그러면 더 좋고요..."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