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 교수가 간직한 학문적 양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학자라는 사람들 중에는 고집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잘못 나가는 줄 뻔히 알면서도 “내친걸음인데 이제 와서”라고 중얼거리며 잘못된 그 길을 끝까지 가다가 저도 망하고 남도 망하게 하는 고집불통의 “유능한 인재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칼 마르크스에 심취하여 젊은 날의 정열을 다 불태우고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애담 스미스 편을 들게 되는 것이 조금도 이상한 현상은 아닙니다. 해방 후의 남조선에서 공산주의에 물들어 봉건주의 잔재의 청산을 부르짖다가 강제로 전향, “보도연맹”에 가입한 사람들 중에는 김대중 씨 빼고는 크게 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사상과 이념은 자유가 있는 곳에서만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의 이광요는 식민지시대에는 사회주의자였습니다. 그는 독립투사이어서 영국의 식민지로 있을 때에는 여러 번 철창신세도 졌지만, 싱가포르의 독립이 다가왔을 때 그는 사회주의는 가뜩이나 가난한 싱가포르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 것으로 판단하고, 동지들에게, 시장경제에 바탕한 자본주의를 도입하되 복지국가를 지향하자고 다짐하면서, 나와 뜻이 같지 않은 사람들은 싱가포르 밖으로 나가 살거나 아니면 형무소에서 세월을 보내야 한다고 선언하고, 말한 대로 실천하였답니다.
정의감에 불타는 젊은 날에, 가진 자에 대한 엄청난 분노를 품고 노동자 편에 서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투쟁에 투쟁을 거듭하는 젊은이들의 양심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가고 차차 성숙함에 따라 자유과 평등이 공존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마련입니다.
그런 양심 있는 지성들이 있어서 우리나라가 오늘 이만합니다. <조선일보>에서 논설을 쓰던 유근일 주필이나 경기도의 김문수 지사가 다 그런 인물들입니다. 어제 아침 안병직 교수의 대담을 라디오로 들으면서 대한민국의 내일은 매우 밝은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인간이 타고난 양심보다 더 훌륭한 덕목은 없습니다.
나는 황장엽 선생을 존경하며 김문수 지사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큰 역사의 흐름을 내다보면서 개인과 집단의 노선을 수정하는 결단은 용기가 없이는 안되는 일입니다. 노동운동만이 무산계급을 돕는 것은 아니라는 안 교수의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믿습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야당인 민주당과 준 야당인 자유선진당은 정운찬 총리인준을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고 전해집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정운찬 총리 지명자가 하도 비리로 얼룩진 사람이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고,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인준 반대의 이유를 요약한다면, 정 씨가 이미 국법이나 다름없는 세종시 건설에 대해 딴소리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만일 야당의 두 대표가 정운찬 씨와 비슷한 처지에서 그런 조사나 심사의 대상이 되었다면 어떤 심정일까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두 사람이 과연 자신 있게, “털어 봐라. 먼지도 안 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국민의 눈에는 두 당수가 다 정운찬 씨보다 깨끗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국회에 사직서를 제출했을 뿐만 아니라 의원회관의 짐도 말끔히 실어갔다던 사람이 그 동안 세비도 받고, 국민에게 한 마디 사과도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 듯, 다시 의원생활을 재개한 것은 엄청나게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 아닙니까. 정운찬의 비리보다 더 큰 비리가 아닙니까.
2002년 대선 막바지에 노무현 후보가 “수도를 대전으로 옮긴다”는 허무맹랑한 공약을 남발했을 때 가장 당황했던 사람이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아니었던가요. 야당도 이번만은 다수결의 원칙을 지켜야지요. 패배의 쓴잔을 마시세요. 그리고 승복하세요. 피곤하지도 않습니까. 생사람 잡는 일이 대한민국 발전에 무슨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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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naver.com/chj3799/30071148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