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을 떠나셨군요.
그런데
떠남의 계절인 이 '가을'의 '멋지고 화려한 이별'이 아니고
근래 낙엽을 재촉한 잦은 가을비에
어쩔 수 없이 떠나시는듯 한 모습이어서 많은 교우들 마음이 편치 않을 성 싶습니다.
도미니코 선배님은
가끔이시긴 해도 올 곧은 말씀을 하신 게시판 연장자셨지요.
물론 좋은 글들로 게시판을 풍성하게 하는 데 많은 기여도 하셨고요.
선배님의 깊은 신심이 바탕된 글들이 많은 교우들에게 큰 도움 되었으리라 믿으며
젊은 날의 재미있는 추억으로 동시대를 산 저 같은 이들을 괴롭히신? 일도 여러 번...
이제 게시판에 어느 분이 그런 글을 올리겠습니까?
교리와 교회 관련한 여타 좋은 내용들은
즉 좋은 씨 뿌리는 일은 많은 교우들이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하겠지요.
하지만 뿌려진 그 씨앗들을 받아들이고 싹을 내는 토양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주님께서도 그리 말씀하셨고요.(마태13:18~23)
바로 그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데 꼭 필요한 분이란 생각은 저 만이 아닐 것입니다.
저는 평소 게시판의 논란을 보면서
특히 일부 교우들의 신자답지 못한 비웃음과 비아냥의 저급한 언행을 매일 접하면서
뿌려진 씨앗이 싹을 내고 자라기는 했으되
토양이 기름지고 부드러운 흙이 아니고 자갈이 많아 거칠고 투박하여
그렇듯 척박한 땅에서 자란 때문에
뿌리가 깊지 않아 튼실하지 못한 작고 굽은 나무를 연상하곤 합니다.
요즘은 오히려 기묘하게 생긴 이상한 나무가 보기 좋다며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게다가 뿌리가 얕으면 이식이 쉽고 생존율도 더 높아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럴까요?
몇 안 되는 그 교우들이 게시판을 좌지우지 해도 모두가 모른체 방관하는 이유가?
그건 아니겠지요? 분명 아닐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곳의 두 분 신부님께서도 그들을 제어하시는 말씀을 본 일 없습니다.
여러 번 하셨는데 제가 보지 못한 걸까요?
저만 그런 것이 아닌듯 어느 교우도 신부님의 그러하신 방관을 의문시하며
시국관이 그들과 같으시어 동조하시기 때문 아닌가..라는 뜻의 글을 올렸더군요.
제가 틀렸는지 모르지만 침묵하고 있는 많은 교우들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자들은 신부님들을 존경하며 믿고 따르는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시국 또는 정치적 문제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나이 많은 신자들은
경험에 의한 판단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또 여간해서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러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며
물론 직접 겪고 보고 들은 경험도 일부일 뿐 전체가 아닐 수 있음을 잘 압니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을 이해시키려면
어떤 점이 왜 어떻게 잘못인지 확실한 근거를 통해 지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거두절미 갑자기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라고 권하셨습니다.
내용을 떠나 연장자들이 그런 제목 영화를 권고받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더구나 신부님께서는 며칠 전 아래와 같은 말씀도 하셨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그에 따라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낙오할 수밖에 없다>
어휘는 다를지 모르지만 그런 의미의 내용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렇습니다.
그게 현실이니 맞고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늙어 모든 일이 여의치 못한 현 시대의 노인들을 지칭하신 말씀 맞지요?
안 그래도 사회 저쪽 구석으로 밀려 나 우울한 처지인데 굳이 말씀을 그렇게....
한마리의 양도 소흘히 하면 안 되는 신부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는 것은...
물론 신부님께서는 신앙 아닌 냉엄한 현실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현 시대는 연장자들이 게시판에서 예우를 바라면 '아주 잘못된' 어불성설이지요.
연장자들도 그것을 잘 알아 조심하여 신중히 처신하고 있고요.
전 도미니코 선배님께서 연장자 예우를 주장하신 글을 한번도 본 일 없으며
저도 사이버 역시 일상의 연장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연장자 예우 때문이 아니라
이용자 모두가 즐겁고 유익한 대화와 토론이 되도록 게시판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도미니코 선배님과 저는 일면식도 없는 전혀 모르는 사이입니다.
게시판에서 글을 통해 아는 것 뿐이며 그 흔한 쪽지 한번 교환한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남녀노소 빈부강약 구분없는 교회게시판 아닌지요?
연장자라는 죄?로 떠나시는 듯한 선배님을 보는 현실이 정말 유감스럽군요.
건필하시고 건강하시길 빌며 게시판 일부 교우들께서 각성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