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의 여러 유형들
오늘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다시 이마에 재를 받으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대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
흙에서 왔다는 가장 근원적인 의미는 하느님의 피조물이라는 뜻이지요.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왔으니, 늘 하느님께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야 합니다. 하느님께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 삶의 한 순간도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오늘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고해성사의 여러 유형들을 통해 우리는 어떤 유형으로 성사를 보는지 돌아보기로 합니다.
첫째, 나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누구누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죄를 짓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 물귀신 작전형
둘째, 고백 신부가 묻는 질문에는 못 들은 척 하면서 엉뚱한 말만을 늘어놓는
- 동문서답형
셋째, 교묘하게 목소리를 바꾸어,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고백하는
- 목소리 변조형
넷째, 자신의 잘못은 고백하지 않고, 세상사만 탓하는
- 조상탓형
다섯째, 자신의 죄는 하나도 고백하지 않고 모두 다른 사람의 죄만을 고백하는
- 대변인형
여섯째, 장황한 세상사와 자신의 죄를 적당히 얼버무려 고백하는
- 비빔밥형
일곱째, 고백신부 헷갈리게 빙빙 돌려 고백하는
- 우회작전형
여덟째, 무엇인가 고백를 하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게 말하는
- 안개자욱형
아홉째, 감탄할 정도로 자신의 죄의 횟수까지 정확하게 고백하는
- 산수형
열 번째, 고해신부가 해야 할 훈계 내용까지 다 말하는
- 고백사제형
열한 번째, 자신의 고백내용을 사제가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 확인사살형
열두 번째, 겸손하게 사는 게 모두 죄라고 달랑 한마디만 하는
- 세상초월형
열세 번째, 보속이 너무 많다고 줄여달라고 우기는
- 흥정형
열네 번째, 고백할게 없지만 판공 때라 왔다고 말하는
- 정기방문형
열다섯 번째, 성탄 판공 때만 와서 일 년치 고백을 하는
- 연말정산형
여러분들은 모두 여기에 있는 이 유형들에 속하지 않는다고요? 대신 시어머니의 죄를 상세하게 모두 일러바치는 ‘미주알고주알형’이라고요? 하하.
교부들은 고해성사를 “배가 난파된 다음에 만나는 두 번째 구조의 뗏목”이라고 말했답니다. 그러면 첫 번째 구조는 무엇이겠습니까? 물론 세례성사이지요. 물로 씻는 세례성사로써 우리의 모든 죄가 씻어지고 우리는 죄의 홍수에서 구조를 받았습니다.
성 대 그레고리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례는 하느님의 가장 훌륭한 선물이며 은총이다. 기름 바름은 '재생의 목욕'이다.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으며 우리도 왕이 되는 것이다. 주님께서 그 표징으로 우리의 이마에 인호를 새겨 주셨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세례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
우리는 세례성사에 의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죄에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새 사람으로 부활하여 하느님을 위해 살게 됩니다. 그런데 약한 우리 인간은 다시 죄에 빠지게 되지요. 그래서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에게 죄를 사하시는 권한을 주심으로써 세례성사를 받은 후 죄에 떨어지는 신자들이 하느님과 다시 화해하고 은총을 회복할 수 있도록 고해성사를 당신 교회 안에 제정하신 것입니다.
성 암브로시오는 이렇게 말했지요.
“교회는 물과 눈물을 가지고 있으니, 세례의 물과 참회의 눈물이 그것이다”
고백성사는 죄를 뉘우치고 고백하여 용서받는 일로 성찰(省察), 통회(痛悔), 정개(定改), 고백(告白), 보속(補贖) 등의 다섯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성찰은 깊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자기가 지은 죄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죄를 짓게 된 연유와 상황과 그 죄가 미친 영향 등을 생각해 보고 그 죄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것입니다.
둘째, 다음 통회에서는, 하느님 앞에 죄를 지은 약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고 자기 죄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가슴 아파하는 것입니다.
셋째, 정개는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정개에서 굳은 결심이 서지 않는다면 다시 죄는 반복될 수밖에 없겠지요.
넷째, 고백은 말 그대로 고백성사를 주는 사제 앞에서 성찰하고 통회한 죄를 있는 그대로 고백하는 것입니다. 고백은 솔직 담백해야 하고, 특히 양심에 걸리는 대죄는 빠뜨리지 말고 모두 고백해야 합니다.
다섯째, 보속이란 사제가 고백하는 사람에게 지은 죄를 보상하는 마음으로 기도, 사랑의 실천, 생활의 개선 등을 하도록 주는 실천 사항을 말합니다.
다섯 가지 단계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할까요? 다섯 개의 단추가 달려 있는 옷을 입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오지요.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옷을 제대로 입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이 가장 중요합니다. 깊이 성찰하면 통회는 자연스럽게 따라오지요. 진정으로 통회를 하면 다시 죄짓지 않겠다고 마음으로부터 결심하게 되고요. 그 결심을 구체적으로 살기 위해서 고백을 하게 되고, 보속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여러분들, 다시 사순절을 맞아 판공 때가 되었으니까 성사는 보긴 보아야겠는데 이 핑계 저 핑계로 계속 미루게 되지요.
여러분, 의무에서가 아니라 주님에 대한 사랑으로 성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깊이 성찰한 후에 성사를 보신 분들은 모두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껴 보셨을 것입니다. 성사 안에 특별한 은총이 있고, 진정으로 기쁨과 내적인 자유를 체험하게 됩니다. 성사가 정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롭게 살고자 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홍천영혼의 쉼터 원장/류해욱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