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하기 어려운 인간
2011.11.13 연중 제33주일(평신도주일)
새끼 염소나 망아지는 어미 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스스로 양수를 털고 바쁘게 걷기 시작한다.
병아리도 알에서 깨어 나오자마자 삐약대며 총총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스로 먹이를 먹고 물을 마신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은 1년이 되도록 걷기는커녕 기어 다닌다. 신경계가 조화롭게 움직이려면 최소한 3년 정도는 걸린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자립 능력이 더디다는 말이다. 그래도 인간의 신체는 3년 정도 지나면 어느 동물보다 다양하고 완벽한 행동을 수행한다.
그런데 인간의 정신적 측면, 그중에서도 윤리적인 측면은 어떠한가.
프랑스의 시인 자끄 프레베르는 이렇게 논했다. 인간은 스무 살이 되면 ‘서른 살이 되면 철이 나겠지.’ 그러다 서른 살이 되면 ‘마흔 살이 되면 철이 나겠지.’ 또 그러다 마흔 살이 되면 ‘쉰 살이 되면 철이 나겠지.’ 한마디로 인간은 평생 완전하게 살지 못하는 존재라고 술회한 것이다.
사도 바오로 역시 “우리가 자랑할 것이라면 약점뿐이었습니다.”(2고린 11:30, 12:5, 9)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인간은 정신적, 윤리적 측면에서 자신 외에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신체적으로는 3년 정도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평생 자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인가.
그것은 인간을 빚어주신 하느님께서 주시는 도움인 것이다.
생명의 말씀과 교회의 성사와 전례와 기도 안에서 주어지는 하느님의 도움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분에게서 잠시라도 잡은 손을 놓거나 한눈을 팔아서는 자립할 수 없다. 영성적으로는 결코 자립이란 말을 꺼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읽을 때, 세례성사나 고해성사나 성체성사 등의 성사와 미사 참여 때, 그리고 기도 도중에 죄를 짓는 사람이 있겠는가.
우리는 하느님과의 교류가 없을 때, 하느님의 도움의 손을 잡지 않았을 때 무너지고 마는 게 사실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