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7(대림 제1주일)
파도소리 신부님 주보에서 발취
놔두면 더 좋았을 것을……
흰 쌀, 흰 밀가루, 흰 설탕, 흰 소금, 흰 조미료를 두고 사람들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한 5백 식품(五白食品)이라 한다. 5백 식품의 공통점은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주식과 모든 음식의 맛을 내는 데 꼭 필요한 식품이라는 점이면서도, ‘가공’으로 인해 사람들의 건강에 무익한 식품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달리 표현한다면 5백 식품이 원래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주신 천혜(天惠)의 선물이지만, ‘가공’이라는 과정, 즉 ‘건드려서’ 무익한 식품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쌀을 예로 들어 보자. 씨눈과 세 개의 껍질과 전분과 녹말로 구성된 벼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영양소를 듬뿍 갖고 있는 최고의 종합 영양제이다. 그러나 부드럽고 보기 좋은 하얀 밥을 먹고자 눈과 겨를 벗겨 주요 영양소를 다 버린 채 먹고 사는 게 아닌가?
이처럼 쌀과 함께 서양 사람들의 주요 식품인 밀도 마찬가지다. 음식에 맛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금이나 설탕 역시 좋은 빛깔을 내기 위해서나 오래 보관하기 위해 가공 과정을 거쳐 사람들에게 백해무익한 음식이 되고만 것이다. 이런 것이 주원료가 된 주식과 부식,
그리고 간식과 청량음료 등등……. 이런 것이 판을 치게 되고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적’이 된 현실을 지켜보면서 하느님이 주신 천혜의 선물을 괜스레 긁어 부스럼이 되게 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안타깝기만하다.
그런데 이렇게 긁어 부스럼이 되는 ‘가공’이 어디 하느님께서 주신 육신의 먹을거리뿐이겠는가? 하느님께서 사람들의 영혼을 양육하는 주요 먹을거리인 말씀도 그런 식으로 먹고살지나 않는지 살펴볼 일이다. 말씀대로 살면 영혼이 정화되고 성화되고 덕을 쌓고 구원되거늘, 쌀처럼, 밀처럼, 소금처럼, 설탕처럼, 영혼이 사는 데 필요한 주요 영양소인 하느님의 말씀들을 편식하거나 임의로 가공해서 먹고사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 해 두 해 신앙생활을 더해 가고 성서 공부, 연수, 피정, 봉사 활동 등 다양한 신앙 체험을 하며 살아도 덕(德)이 부족하다면, 분명 영혼의 양식을 그대로 먹지 않는 ‘편식’이나 ‘가공’을 하기 때문은 아닌가? 육신의 먹을거리건 영혼의 먹을거리이건 그저 주신 그대로 먹고사는 자연인으로 살았으면 별 탈이 없을 것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