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영적독서 및 묵상

2017. 7. 1. 오후 5:18:04

글자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다”

 

 

그날 곧 주간 첫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하였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 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19~23)

 

           

 

성령강림대축일은 예수님의 승천 이후 성령께서 내려오셔서 교회의 시기가 시작된 것을

기념하며 부활시기를 마무리 하는 날입니다. 성령강림에서 강림이란 말은 내릴 강(), 임할 임(), 말 그대로 하느님의 거룩한 영이 내려오심을 뜻합니다

오늘 독서에서는 성령이 어떻게 내려 오셨는지를 전해줍니다. 오순절날 신자들은 모두 한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혀 같은 모양으로불길이 내려왔습니다

. 마치 여름날 반딧불이 캄캄한 어둠에서 비추이듯, 성령이 사람들 앞에 내려오십니다. 도깨비불이라고도 하지요. 성령을 받은 사람들은 각기 다른 나라 말을 서로 알아듣고, 하나가 됩니다. 성령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일치시키고 하나로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이라고 부릅니다. 본래 성령이란 말은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의 숨결, 혹은 하느님의 영을 가리켰습니다. 태초에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할 적에, 혼돈된 땅에 하느님의 영이 거닐고 있었습니다. 이 영이란 말은 본래 “바람, 숨결”을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숨결이 미치는 곳에 빛이 생기고 창공이 생기고, 마지막에 아담이 만들어져 최초로 하느님의 숨이 사람에게 넘어왔습니다. 흙으로 사람을 빚었을 때는 아직 그 생명이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숨을 불어 넣으시자, 사람은 세상을 다스리는 생명체가 됩니다. 하느님의 숨결을 직접 입은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 곧 하느님을 닮은 사람으로 태어났습니다따라서 성령은 한마디로 하느님의 숨결, 하느님의 힘, 능력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영은 판관과 예언자에게 다시 내립니다. 그들은 영을 받아 하느님의 말씀을 담대히 전했고, 하느님의 숨결, 바람, 영혼만이 참된 생명임을 선포했습니다. 이 영을 믿던 사람은 살아났고, 이 영을 믿지 않던 사람들은 모두 죽어갔습니다. 성령은 때론 비둘기 모양으로, 때론 불 모양으로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결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마치 바람과 숨결이 보이지 않게 힘을 발휘하듯이 성령은 다른 것을 움직일 뿐 스스로는 보이지 않습니다이것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육신은 잘 보이지만, 그 마음이나 영혼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정말 잘 보기 위해서는 그 마음이나 영혼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오늘날 물질문명의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더 체구가 좋고, 외적인 모습이 아름다워야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영의 세계는 결코 보이는 것만을 보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영은 다양한 사람들 안에서 가장 선한 것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육체적으로 나약하고, 때로는 능력이 좀 부족해도, 하느님의 영은 똑같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각각의 은총을 내려주십니다오늘 제2독서는 성령의 능력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누구는 학식이 뛰어나고, 누구는 운동을 잘하고, 누구는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납니다. 그러나 그에게 숨을 불어 넣어주시고, 살아가게 하시는 분은 똑같은 하느님의 영, 곧 성령이십니다.  오늘 복음도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성령, 곧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의 영혼 자체를 내어주시는 장면입니다. 예수님은 이미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목숨을 내놓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이제 그것도 모자라 당신 영혼을 우리에게 내어주십니다. 그러면서 서로 용서할 것을 권고하십니다. 예수님이 “성령을 받아라.”하고 말씀하시기 전에, 숨을 내쉬었음을 다시 생각해 봅시다. 그분은 하느님에게서 다시 숨을 받아 죽음에서 부활하셨습니다. 이제 그 부활의 숨결을 우리에게 전해주십니다. 죽음을 넘어선 이 숨결은 다시는 끊기지 않을 하느님의 숨결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하늘로 오르시기 전에 자신의 온 마음과 영혼을 우리에게 내려주십니다. 예수님이 지금 성령과 함께 숨을 불어 넣어주시는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걱정합니까이제 하느님의 숨결에서 나를 떼어놓을 것은 없습니다. 나의 잘못도, 죄도, 그로 인한 손해마저도, 그래서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는 커다란 죄가 있을지라도, 우리는 하느님의 성령 안에서 모두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단 한 가지 용서받을 수 없는 죄가 있습니다. 그것은 성령을 모독하는 죄인데, 하느님의 숨결을 우리가 거부하고, 용서를 부정할 때 성령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성령이 보이지 않는다고 어렵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사랑이 느껴진다면, 그것이 바로 성령입니다. 성령은 우리에게 돌풍을 일으키며좌절 속에서 다시 일어서게 하고, 고통을 뛰어넘어  신바람 나게 하는 힘입니다오늘로 우리는 50일간의 부활축제를 끝마칩니다. 그러나 연중시기로 넘어가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하나 되게 하고, 희망차게 하며생명을 이어주시는 숨결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가장 어려울 때, 성령께서 더 깊이 탄식하시며 기도해주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멘.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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