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은...(12/20)

2004. 12. 20. 오전 8: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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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방송 오늘의 말씀

 

 

 

 

  대림 제4주간 월요일 (2004-12-20)
독서 : 이사 7,10-14 복음 : 루가 1,26-38

이 몸은…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 지 여섯 달이 되었을 때에 하느님께서는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시어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하고 인사하였다.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다시 “두려워하지 말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아기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에게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시어 야곱의 후손을 영원히 다스리는 왕이 되겠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하고 일러주었다. 이 말을 듣고 마리아가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자 천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 그 거룩한 아기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라고들 하였지만 그 늙은 나이에도 아기를 가진 지가 벌써 여섯 달이나 되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루가 1,26-­38)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닥칠 험난한 삶을 조금이라도 알고 계셨을까? 아들의 요절을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약한 여인은 그 삶을 묵묵히 받아들이셨다. 시므온의 예언도, 어린 예수의 당돌한 말도 마음에 담아두셨다. “누가 내 어머니냐?”는 말씀의 서운함도 담아두셨다. 숨이 끊어진 아들의 주검도 받아 안으셨다.
예언대로 여인을 통해 구세주가 세상에 오셨다. 성탄이 지나간 과거에 대한 회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면 성모님의 이 응답은 계속되어야 한다. 나는 이 대답이 가난한 이로부터 시작된다고 감히 단언한다. 사회적으로 약자였던 여인이 원죄의 시작과 동시에 구세주 탄생의 첫 단추가 되었다면 현실의 가난한 사람은 구조적 악과 폭력으로도 내몰리지만 동시에 구세주를 준비하는 투신으로도 불린다.
예수 오심을 준비하는 이때, 성모님과 같은 신앙을 고백하지 않는다면 성탄은 영원한 연극일 뿐이다.

고정배 신부(원주교구 주천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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