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권한이다 |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서 가르치고 계실 때에 대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와서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들을 합니까? 누가 이런 권한을 주었습니까?” 하고 물었다. “나도 한 가지 물어보겠다. 너희가 대답하면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 일을 하는지 말하겠다. 요한은 누구에게서 권한을 받아 세례를 베풀었느냐? 하늘이 준 것이냐? 사람이 준 것이냐?” 하고 반문하시자 그들은 자기들끼리 ‘그 권한을 하늘이 주었다고 하면 왜 그를 믿지 않았느냐 할 것이고 사람이 주었다고 하면 모두들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고 있으니 군중이 가만 있지 않을 테지?’ 하고 의논한 끝에 “모르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말하지 않겠다.” |
| ◆지난번에 있던 성당에 안나 할머니가 계셨다. 할머니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유복자 하나를 애지중지 키우셨다. 한참 젊었을 때는 치근덕대는 사람이 생길까 걱정이 돼 미친 사람처럼 하고 다녔다고 한다.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정도 많았지만 성격도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40년을 농사일, 남의 집 일을 봐주며 생활하셨고, 지금은 성당 옆 골목에 방 하나를 얻어 지내신다. 물론 아들·며느리와 같이 살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 얼마 전 허리를 다쳐 일을 못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나 할머니는 강론 시간에도 당신 마음에 안 들면 대꾸하고, 미사 후에도 신부를 한 수 가르쳐야 성에 차는 분이었다. 장날 못 팔면 버릴 과일을 잔뜩 사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버리는 것이 아까워 일부러 산다), 쌀이 남으면 떡을 해서 온 동네에 돌리셨다. 물론 할머니에게 찍힌 사람은 국물도 없다. 통장에 생활비가 입금되면 본당 신부와 자장면으로 의무 방어전을 치르고, 신세 진 신자를 불러 비빔밥으로 신세도 갚고, 장에서 예쁜 화초도 사서 키우시던 분이다. 처음에 나는 할머니의 말투도, 끊임없이 들고 오는 떡과 과일 등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여유도 없으신데 이 사람 저 사람 밥 사주고, 과자며 떡, 채소를 사다 주고, 굽은 허리로 농사지은 옥수수며 고추를 나누어 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동네 사람들도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쓰레기 같은 것만 가져온다고 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사람들도 할머니를 주책이라고 여기곤 했다. 그러나 그것이 안나 할머니의 마음이었고 애정의 표현이었다. 아무리 말려도 이 애정은 그치지를 않았다. 할머니에겐 주고 싶은 애정과 힘이 있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쁘게 받아줄 수 있는 애정은 물론 되갚을 힘도 없다. |
| 고정배 신부(원주교구 주천 천주교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