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늘이 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은총은 아이들이 각자의 그릇에 여러 가지 색깔의 보석사탕을 받은 것에 비길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그것이 양에 차지 않는다며 엎어버리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색깔만 골라먹고는 치워버리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다른 아이가 더 받은 것은 없나 비교하면서 샘을 내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자기는 더 좋은 것을 받았다며 자랑하기에 바쁘고, 또 어떤 아이는 이 사탕 저 사탕을 모두 맛보며 그 하나하나를 행복해합니다.
우리는 다같이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누구는 더 받고 누구는 덜 받고 한 것도 없고, 또 서로 색깔이 다르다고 해서 누구는 은총을 받았고 누구는 금총을 받았고 누구는 딱총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는 그 누구도 편애 받는 일이란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다만 그 은총을 받은 사람들이 각자의 성향대로 더 누리기도 하고 덜 누리기도 하고 또 서로 다른 은총을 먼저 발견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성령에게서 지혜의 말씀을 받았고 어떤 사람은 같은 성령에게서 지식의 말씀을 받았으며, … 이 모든 것은 같은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성령께서는 이렇게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나누어주십니다”(1고린 12, 8-11).
그런데 이 은총의 선물은 똑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주셨는데 그것은 공동이익을 위한 것입니다”(1고린 12, 7). 공동이익이란 곧 사랑을 말합니다. 각각의 선물은 각각의 방법으로 한 분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맛보고 사랑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만나는데 필요한 하나의 계기입니다. 수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이상한 신비 체험을 하고는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하기도 하고,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고, 몸에 신기한 표징을 받기도 하고, 성서가 열리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게 되기도 하고, 하느님의 음성을 들으며 글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기쁨과 우울함의 극치를 달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사랑을 여러 가지 색깔로 맛보는 모습인 것입니다. 각각의 은총 속에 빠진 각자의 모습이 어떠한 색깔로 나타나고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든 간에 그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우리들을 당신 사랑의 세계로 초대하시는 손길임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내가 받은 은총을 되새기며 아버지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그분의 사랑 속에 풍덩 빠져 본다는 것은 참으로 유익한 일입니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그것으로 남을 판단하거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기한 기적들로 다른 사람들을 현혹시켜서도 안됩니다. 그것은 오히려 세상 모든 것의 주인이시며 주관자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방해하는 모습이 될 뿐입니다. 반대로 그런 사람들이 때때로 어두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우리 눈에는 정신 없는 모습으로 비춰질지라도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지는 마십시오. 그는 지금 아버지와의 사랑 속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축하해줄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이 길을 보다 일찍 가 본 사람들의 사랑 어린 조언이 필요한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주신 이러한 신비로운 체험들을 모두 하느님의 은총이라 인정하고 그 은총의 목적이시며 원천이신 사랑의 하느님을 먼저 깨달은 사람은 아버지를 일찍 만나게 됩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과연 그렇구나! 하느님께서 참으로 계시는구나!’라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그는 하느님과의 사랑 안에 초대되어 하느님을 뵙고 함께 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하느님께서 우리게 은총을 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은 주관하시는 분은 곧 하느님 아버지이십니다. 그 하느님께서 우리의 아버지 되셔서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 답니다. 아멘.
지좌본당 하상범(바르나바)주임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