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지혜

2001. 2. 23. 오후 10:28:23

글자

ㅇ 어리석은 지혜

 

혜월 선사는 절 곁에 논을 쳤다. 쓸모없이 버려진 땅을 보고 논을 만들었으면 싶었다. 때마침 흉년이 들어 동구 사람들이 살기가 어렵게 된 것을 보고 그들을 불러다 일을 시켰다. 한 달 두 달이 걸려도 논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는 사람마다 그 노임으로 더 많은 논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만류하였지만 끝내 굽히지 않았다. 마침내 사람들은 그를 미친 노장이라고 비웃게 되었다.

선사는 못 들은 체 날이 새면 일터에 나가 일꾼들과 어울려 일을 하였다. 이와 같이 해서 몇 백 평의 논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거기에 든 노임은 이루어진 논의 시세보다 몇 곱 더 들어갔다. 그러나 선사는 없던 논이 새로 생긴 것을 기뻐했다.

그는 세속적인 눈으로 볼 때 분명히 산술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어리석음으로 해서 흉년에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다. 그와 같은 사연이 깃들인 논이기에, 절에서는 그 논을 단순한 땅마지기로서가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사풍(寺風)의 상징처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한다.

                                                    - 법정 스님, ’무소유’ 중에서 -

* 어리석음의 지혜라는 것이 있다. 세상 가치에서는 자신을 높이고 자신의 이익을 구하는 것이 현명한 지혜로 여겨지지만, 종교적 가치에서는 자신을 낮추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참된 지혜로 여겨진다.  

세상의 가치는 현상적인 것, 눈 앞에 닥친 이익만을 보지만, 종교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것의 이면의 것, 참된 영적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참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오래 잘 살기를 바란다. 과연 어떠한 선택이 우리를 행복하고 길이 잘 살게 해 줄 것인가. 혜안을 가지고 참 지혜로움을 발휘해 보자.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예화/좋은 글/시 자료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