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사람을 사랑하는 것
휴가 때, 외국에서 선교 중인 후배 신부님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선교지에서 살아가는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저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를 이야기하며
서로의 삶을 나눴습니다.
식사 때가 되어 후배 신부와 식당에 갔는데 종업원에게 메뉴를
주문하는가 싶더니 주문만이 아니라 무엇인가 대화를 길게 나누었습니다.
우리말도 서툰 저에겐 후배 신부가 외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너무나 신기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녀석이 엄청 유창하게 말을 하네.'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그저 가만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종업원과 외국어로 나눈 것이 아니라
너무나 환하고 밝은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한 마디를 건네는 것도 너무나 어색한데 그 후배 신부는 어색함이
전혀 없이, 아니 오히려 그 나라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행복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문이 끝난 뒤, 후배 신부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냐고 물으니
그냥 요즘 그곳에 대한 소소한 얘기를 나누다 그 사람이 자신이 외국인임을
알아보고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물어봐서 그 얘길 간단하게 했다고 합니다.
식사를 하면서 "선교사로 사는 것은 어때?"라고 물었습니다.
후배 신부는 쿨한 듯, "그냥 사는 거지, 뭐."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 배우면서 이곳 사람들을 사랑하는 게
선교사의 삶이라고 생각해." 대박! 질투나게 멋진 말이었습니다.
전교주일인 오늘, 그 후배 신부의 말이 계속 떠오릅니다.
그리고 전교라는 것이 믿지 않는 사람들이 성당에 올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들을 사랑하셨듯,
이웃들과 함께 이웃들 속에서 복음을 살아가며 복음을 보여주는 것이
전교의 시작임을 바라보게 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심을 굳게 믿으며
복음의 향기를 채우고 내뿜어야 함을 바라봅니다.
선교지에서 사람들 속에서 기쁨을 전하던 후배 신부의 모습이 저의 모습이
될 수 있기를 다짐하고 주님께 은총을 청하게 됩니다.
또한 타향에서 복음을 전하는데 온 몸을 던지고 있는 선교사들이
주님의 은총으로 힘을 얻길 기도합니다.
-김승범 사도요한 신부(가좌동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