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외면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란 생각이 드는 것이 스마트폰 안에는 수많은 정보가 있고
그것으로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이런저런 일을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게 하는데
사제인 저에게 '가톨릭굿뉴스' 애플리케이션은 너무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례와 말씀을 제 손안에 담고 있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애플리케이션은 기도 시간 알림 기능이 있습니다.
때가 되면 삼종기도와 아침, 저녁 기도 시간을 알려줍니다.
기도의 잔치에 함께 하자고 제 손안에 있는 기계가 저에게 초대장을 건넵니다.
그러나 그 알림이 아무리 제 손과 귀를 흔들어도 언제나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아직 준비가 안됐으니까 조금 있다가'하며
정말 다양한 핑계로 기도를 뒤로 미룹니다.
그리고 편리해진 시대인만큼 더 가깝게 초대장이 도착하는데
뒤로 미뤄진 기도는 어떤 때는 은근슬쩍, 어떤 때는 노골적으로 잊어버립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잊어버렸다고 마음속으로 합리화를 합니다.
그리고 그 합리화는 거듭되면 될수록 더 교묘해집니다.
이런 저의 모습은 오늘 복음에서 혼인 잔치에의 초대를 외면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들의 모습과 나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지만 잠깐의 기도 시간을
내지 못할 만큼 바쁘지도 않은데, 그냥 내 일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내 것에만 마음을 두면서 혼인 잔치를 외면한 사람들처럼 주님을 위한
작은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제 모습에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다시 다짐하게 됩니다. 다가오는 초대의 말씀에
핑계와 외면이 아니라 기꺼운 마음으로 대답할 것을 결심합니다.
그러나 이런 다짐을 한다고 수 백만 가지의 유혹이 떨쳐지거나 자기합리화에
더 교묘해졌던 모습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전히 유혹은 제 모든 감각을 주님께로 향하지 못하게 막아설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하는 잔치가 아니라 네가 주인이 되는 잔치를 하라.'고
지치지 않고 주님을 외면하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유혹이 강해질수록 주님께서는 더 강하게 초대장을 건네십니다.
더 큰 진동으로, 더 큰 멜로디로 기쁨과 감사의 잔치에 함께 하자고
저의 손과 귀를 흔들 것입니다.
아니 우리 모두에게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오늘 복음 말씀을 떠올리며
주님과의 만남을 뒤로 미루지 않고, 마음에서 꾸물 꾸물 올라오는
교묘한 핑계에 넘어가지 말고, 모든 것 위에, 그리고 앞에 계신 주님께
작더라도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내어드리는 제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승범 사도요한 신부 (가좌동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