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는 날

2012. 4. 25. 오전 11:26:37

글자
지난 토요일에 많은 비가 내리더니 오늘도 봄비가 또 내리네요.

비 오는 날 생각나는 시가 있어 소개합니다.

.......

                       <화투>     
                                  - 최정례 -

슬레이트 처마 끝에서 빗방울이 똑 또 똑 떨어지구요.

창에 기울은 오동꽃이 덩달아 지네요.

종일 추녀물에 마당이 파이는 소리.

나는 차 배달 왔다가, 아저씨와 화투를 치는데요.

아저씨, 화투는 건성이고 내 짧은 치마만 쳐다보네요.

청단이고 홍단이고 다 내주지만, 나는 시큰둥 풍약이나 하구요.

 

창밖을 힐끗 보면 오동꽃이 또 하나 떨어지네요.

집 생각이 나구요.

육목단을 가져오다, 먼 날의 왕비 비단과 금침과 황금 지붕을 생각하는데

비는 종일 슬레이트 지붕에 시끄럽구요.

팔광을 기다리는데 흑싸리가 기울어 울고 있구요.

아저씨도 나처럼 한숨을 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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