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교과서 작품읽기> (창비. 우리 성당에 있는 도서)
181쪽 사과를 먹으며
함민복 지음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이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맛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다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의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를 지탱해 온 사과나무 뿌리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 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감상) 사과 한 개에서 얻는 에너지는 이렇듯 크고 다양하구나 싶군요.
이제부터 과일 하나 먹을 때도 시인의 마음처럼...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이 시를 생각하며 힘을 얻고 싶네요.
즉 우리 존재 자체도 사과처럼 많은 이웃들과의 관계와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과를 먹으며(현대시)
2012. 6. 6. 오후 11: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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