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이 돌판에 새겨진 계명에서 비롯되었다면, 예수님의 법은 땅바닥의 흙 위에 새겨져 시작되었습니다. 돌판에 새겨진 계명은 지울 수 없지만, 예수님께서 손가락으로 흙 위에 손수 새기신 계명은 언제라도 지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법은 흙 위에 새긴 글자처럼 사랑의 이름으로 무엇이든 흔적도 없이 지울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한 여자를 붙잡아 데려옵니다. 율법을 들이대며 이런 여자는 돌을 던져 죽여야 한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들은 돌판에 새겨진 계명을 들먹이며 예수님께서 단죄하실 것을 종용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무 말 없이 허리를 굽히시어 당신의 계명을 흙 위에 쓰고 계십니다. 손으로 땅바닥을 한 번 쓸고 나면 율법도 죄도 흔적도 없이 지워지는 그런 법을 쓰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소리치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랬더니 나이 많은 자들부터 하나씩 떠나갑니다. 그들이 돌을 내려놓고 그 여인에게서 떠났다는 것은 자신들도 죄인임을 인정한 것이 됩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스스로 죄가 없다고 여기는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들이 돌을 던지지 않은 것은 그 여인도 죄가 없다는 것을 선포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의 법은 단순히 죄를 용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 여인의 본래의 품위까지 원상태로 회복시켜 주십니다. 이제 그 여인을 단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의 죄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흙 판 위에 새겨진 당신 사랑의 법으로 우리 죄를 묻습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서 흔적도 없이 지우십니다. 죄인인 우리가 얼굴을 들고 다시 살 수 있는 이유입니다.
사순 제5주간 월요일
2011. 4. 24. 오전 8: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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