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죄를 잊었노라 / 송현 로마노 신부님

2021. 5. 16. 오후 2:37:40

글자

네 죄를 잊었노라

            -성현 로마노 신부님 /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폴란드 어느 마을에 하느님의 모습을 보았다는 노(老) 부인의 소문이 퍼졌습니다. 본당 사제는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순간 그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 혹시라도 다음에 또 하느님이 나타나시면 그분만 알고 있는 저의 죄를 말씀해달라고 부탁하세요. 그거면 진실을 입증하기에 충분합니다.”

한 달 뒤에 노부인이 사제를 찾아와 하느님을 다시 만났다고 했습니다. 신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습니다. 


“제가 일러준 질문을 했습니까?”

“예, 신부님, 질문을 드렸어요.”

신부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하느님이 무어라고 하시던가요?”

“신부님, 제가 질문을 드리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너의 사제에게 가서 이렇게 전하여라. 나는 네 죄를 벌써 잊어버렸노라.”


하느님은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주십니다. 그러기에 오늘도 하느님과 이웃 앞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습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우리는 미사 때마다 이렇게 기도합니다. 곧 이웃의 잘못을 용서할 때에야 비로소 자신도 용서 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입니다. 


로마의 풍자시인 호라티우스는 ‘죄의 용서를 청하는 이는 자신 역시 남을 용서해주어야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하느님의 사랑에 빚지고 용서에 빚진 사람들이 아닙니까. 그 빚을 우리가 직접 하느님께 갚을 길이 없기 때문에 이웃을 통해서 갚아야 합니다. 이웃을 판단하거나 앙갚음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단죄하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용서 받아야 할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판단과 단죄는 오로지 하느님의 몫입니다. / 송현


교황 바오로 6세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남의 허물을 용서하고 조건 없이 사랑할 때 그는 이미 보상을 받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그 사랑을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악을 없애는 것은 그에 맞서는 악이 아니라 사랑으로 참는 선(善)입니다. 선한 사람만이 악을 녹일 수 있습니다. 오해를 받으면서도 참아내는 바보들, 이런 바보들이 이 세상을 밝히며 저 세상을 향한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런 바보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바보가 아니셨습니까?.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마태 6,1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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