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를 찾습니다

2006. 9. 17. 오후 3: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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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어렸을 때 막연히 천사를 만나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천국에서 내려와 내게 행운을 주는 착한 천사는 어떻게 생겼을까--

카드나 이야기책에는 대부분 날개달린 헐렁한 흰 색 옷을 입고 반짝거리는

금발을 하고 흰 뭉게구름 위에 앉아있는 예쁜 서양소녀로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얼마전 제가 번역한 <바너비 스토리>의 작가 앤 타일러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거동이 힘든 노인들을 돕는 심부름쎈터에서 일하는 바너비가 빗나가고 의미없어

보이는 자신의 삶을 바로잡아 줄 천사를 기다리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작가 타일러에게 ''당신은 천사를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하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타일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론이지요,

나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천사를 만났습니다.

당신은 나의 천사이고, 또 나도 당신의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천사가 될 수 있으니까요''라고 답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천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찾으려고 노력하면 우리에게 행운을 주는 예쁜 천사는

우리 주변에 아주 많은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저는 많은 천사를 만났습니다.

아까 무거은 아파트 입구문을 열어준 흑인 소년,

성당에 들어갈 때 주름진 얼굴에 환한 웃음을 담고 주보를 나누어 주던 할머니,

차바퀴가 인도에 걸려 바퀴가 꼼짝 못하자 손으로 이리저리 방향을 지시해 준

우리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

모두다 저의 천사였던 것 같습니다.

함께 웃고, 고맙다는 말을 할 때 제 마음도 절로 행복해졌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지금 꼭 찾고 싶은 천사가 있습니다.

저는 지금 안식년으로 미국에 살고 있지만 지난 6월 잠깐 한국에 나갔었습니다.

 심장박동기를 단 지 얼마 안된 어머니도 뵙고, 빚진 일거리도 있어 겸사겸사 갔었지요.

그런데 돌아오기 전날 제가 신고 다니는 보조기가 고장이 났습니다.

보조기가 없으면 꼼짝못하니 당장 가서 수리를 해야 할 텐데,

마침 동생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보조기를 갖고 수리점에 다녀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연로하신 어머니가 다녀오시기로 했습니다.

보조기가 무척 무거운데, 저는 너무나 걱정이 되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돌아오실 시간이 두 시간쯤 지났는데도 어머니가 오시지 않자 저는 당황했습니다.

혹시 땡볕에 길에서 쓰러지셨나, 나쁜 기사아저씨를 만나지는 않았나 안절부절,

형제들에게 큰일났다고 전화로 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돌아오신 어머니는 피곤하지만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보조기 수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가 오지 않더랍니다.

1시간 가량 기다리다 지쳐서 길 건너편에서 차를 잡기 위해

육교를 건너시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보조기 꾸러미를 들고 육교를 올라가는데 너무나 힘들고

현기증이 나서 잠깐 난간을 붙들고 서 계셨답니다.

 

그때 어느 아가씨가 ''할머니, 그거 제가 들어 드릴게요,''하면서

선뜻 보조기 꾸러미를 받아 들고 어머니를 부축하더랍니다.

그 아가씨의 도움으로 어머니는 무사히 육교을 내려왔고,

그곳에서는 금방 택시가 와서 무사히 집에 오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아가씨야말로 천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흰 구름을 타지 않아도, 반짝이는 머리에 날개가 없어도

우리 주위에는 천사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제가 지금 찾는 천사는 짧은 커트머리에 검은 바지,

하늘색바탕에 흰 칼라가 달린 티를 입고 있었고,

그 천사가 나타난 곳은 신문로 파출소 맞은 편에 있는 육교입니다.

 혹시 그 천사가 이 글을 읽는다면 고맙다는 말 전하고, 꼭 약속하고 싶습니다.

저도 남의 천사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노라고....

 

- 장영희 마리아 글 -

 

 

 

 

 

댓글 1

  • 2006년 9월 19일 오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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