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길이 멀어도 오히려 좋을 때가 있다.

2009. 6. 9. 오후 10: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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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이 멀어도 오히려 좋을 때가 있다
 
<사기 골계열전(史記滑稽列傳)>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를 들어보자.
 
중국 초장왕은 평소 말()을 좋아했는데 어느 날 그가 가장 아끼는 말이 죽고 말았다. 왕이 아끼는 말이라 하여 잘 먹이긴 했으나 운동을 시키지 않은 탓에 비만으로 죽은 것이었다. 초장왕은 신하들에게 말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제상의 예식에 따라 장례를 치를 것을 명하였다. 그러자 문무 백관들은 일제히 왕을 만류하였고 이에 초장왕은 크게 화를 내며 자신의 명에 따르지 않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고 위협하였다.
 
그때 우맹(優孟)이라는 신하가 대성통곡을 하며 궁 안으로 들어와 왕께 고했다.
 
이 말(馬)은 황제께서 무척 아끼시던 말입니다. 그런데 초나라 같이 위대한 나라에서 겨우 제후의 예로 장례를 치르겠다니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군왕의 예로 장례를 치르는 게 어떨지요?”
 
초자왕은 그 말을 듣자 반기며 물었다.
 
너의 의견을 말해 보거라. 그럼 어떻게 해야 좋겠느냐?”
 
화려하게 조각된 백옥으로 내관을 짜고, 가장 좋은 나무로 외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당을 만들어 위패를 모시고 만호후(萬戶侯/일만 호의 백성이 사는 영지를 가진 제후)로 추대하는 게 옳습니다. 이 정도는 돼야 황제께서 백성들보다 말을 더 사랑하시는 마음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맹의 말이 끝나자 초장왕은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듯 외쳤다.
 
나의 잘못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우맹은 초장왕에게 한 마디 직언도 하지 않았지만 말의 장례를 치르지 않도록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그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기에 초장왕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있었다.
 
이렇게 때로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고 뒤로 물러서서 때를 기다리는 전략이 효과를 발한다. 겉으로는 뒤로 물러서지만 그렇게 했기에 나중에 더 큰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이는 활을 멀리 쏘기 위해서는 시위를 더 멀리 당겨야 하는 이치와 같다.
 
우리는 당장에 눈앞의 성과만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단숨에 설정된 목표를 쟁취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되는 것으로, 현장 승부에 목을 맵니다다. 우리 말(言)에 ‘이보 전진(二步 前進)을 위해 일보 후퇴(一步 後退)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얼마나 멋지고 지혜로운 말인가. ‘돌 다리도 두들기며 건너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전후 좌우를 살피고 심사 숙고한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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