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입장

2009. 4. 3. 오후 4: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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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남의 입장
 
쿡은 자신의 남색 BMW를 몰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지정 구역에 주차를 하려고 보니 황색 페라리 한대가 자신의 주차 선에 바짝 붙어 서 있는 게 아닌가. ‘주차를 왜 이렇게 밖에 못하는지.’ 쿡은 화가 났다. 벽과 페라리 때문에 공간이 좁아져 주차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며칠 후, 오늘은 쿡의 차가 페라리 보다 빨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다행이다 싶어 막 주차를 하려는데 갑자기 며칠 전 그 페라리가 들어오더니 쿡의 자리 바로 옆에다 바짝 붙여 주차를 하는 게 아닌가. 쿡은 참을 수가 없었다. 감기에 걸려 머리는 터질 지경인데다 좀 전에 세무서에서 독촉장까지 받은 터였다. 쿡은 페라리 주인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당신, 나좀봐! 남의 자리에 이렇게 바짝 갖다 대면 어떡해?”
 
그러나 페라리 주인도 지지 않았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면서 이렇게 응수했다.
 
“지금 저한테 말하시는 거예요? 당신이 뭔데? 이 주차장을 전부 전세라도 내셨나? 흥, 자기가 대통령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말을 마친 페라리 주인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쿡은 너무나 분한 나머지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날, 페라리가 도착하기 전에 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자신의 차를 바로 옆 주차구역 쪽으로 바짝 갖다 댔다. 페라리 주인이 주차를 한 뒤에 문을 열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 후 며칠 동안은 페라리가 먼저 주차를 하는 바람에 오히려 쿡이 애를 먹어야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쿡은 시멘트 벽에 차가 긁힐까봐 조심스레 백미러를 들여다보다 ‘계속 이렇게 지내야 하는 걸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다음날 아침, 페라리 주인은 자신의 차 앞 유리창에 붙어 있는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노란색 페라리에게
먼저 나의 주인이 당신의 주인에게 소리를 지른 것에 대하여 사과를 드립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인간은 때때로 자신도 모르게 난폭한 행동을 저지를 때가 있죠. 나의 주인 역시 그날의 행동에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그런 사람은 절대 아니랍니다. 단지 나쁜 일이 있은 직후라 신경이 예민했던 것뿐입니다. 부디 당신의 주인이 이해해주길 바라며.
                                              당신의 이웃 남색 BMW
 
그날 저녁, 쿡 역시 자신의 차 앞 유리창에 붙여진 쪽지를 발견했다.
 
남색 BMW에게
편지 감사합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의 주인도 그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직 운전이 서툴러 주차 실력도 형편 없는 편이죠. 하지만 이제부터 저와 제 주인은 최선을 다해 주차를 할 작정입니다. 당신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도록 말이죠. 우리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나의 주인도 당신이 보낸 편지를 받고 매우 기뻤다는군요. 아마 그녀도 당신과 당신 주인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이웃 황색 페라리
 
쪽지를 다 읽은 후 쿡은 시동을 걸었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계속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후 남색 BMW 주인과 황색 페라리 주인은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 화를 내기에 앞서 한 번만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세요. 자신을 대하듯 다른 사람을 대한다면,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 중 절반은 덜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주말은 날씨가 포근하여 나들이 하기에 참 좋을 것 같네요. 가까운 교외로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해 보세요. 그리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착한 마음 실천에 옮기시고요.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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